[R코드-발달지연 논란]③ 정상적 의료행위가 비정상에 밀려...문제는 결국 '비용'

사설 발달센터-최대 25만원 국가 보조 vs 병원 부설클리닉-실손보험에 전비용 전가
실손보험 가능한 부설 클리닉이 부담 적어...보건당국 '문제 알지만 단속은 없어'

여지훈 승인 2023.09.07 09:00 | 최종 수정 2023.09.07 09:37 의견 0

◆기사 게재 순서

①보험금 심사 강화..."비정상 의료행위 지급 불가"
②실손보험 브로커 연계병원 난립...목적은 '수익창출'
③정상적 의료행위가 비정상에 밀려...문제는 결국 '비용'

[편집자주] 또래보다 발달이 느리면 부모는 걱정이 많아진다. 병원에서는 언어·지적장애는 아니지만 발달이 조금 느리다고 진단하고 치료만 받으면 또래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애는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상이 되지 않지만 발달지연은 보상이 되어 치료비 부담도 적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실제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금이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의료기관이 이익 창출을 위해 정상 아이까지 발달장애로 진단하고 있는 사례 때문이다. 일명 'R코드' 논란을 깊이 있게 짚어봤다.

독립적으로 운영해오던 사설 발달센터들도 병의원 부설 클리닉의 난립으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달센터 이용 아동과 그 치료를 맡아온 민간 자격자들의 동반 유출이 가속화된 탓이다. 하지만 정작 상당수 부설 클리닉이 부당한 치료를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발달센터와 병원 부설클리닉 모두 발달지연 아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다만 전자는 복지 개념인 반면 후자는 치료 개념이라는 점이 다르다. 또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언스플래시]

7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복건복지부는 정신적·감각적 장애아동의 기능 향상과 행동 발달을 위해 발달재활서비스를 지원 중이다. 지원 대상자에 발달지연 아동도 포함된다. 장애가 예견돼 발달재활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구비하고 소득기준을 충족한다면 만 6세 이전까지는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되는 금액은 월 최대 25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정의 소득이 많을수록 지원액은 줄고 본인부담액은 커진다. 현재 사설 발달센터의 이용료는 회당 5만~8만원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지원금만으로는 4회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셈. 나머지는 보호자가 자부담해야 한다.

반면 병의원 부설 클리닉을 이용하는 아동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본인부담금은 1만~2만원으로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발달지연 아동이 언어·미술·감각·놀이치료 중 하나의 서비스만 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부모로서는 병의원 부설 클리닉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이득인 셈이다.

즉 복지부 지원의 발달센터보다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부설 클리닉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더 비용 부담이 적은 것.

한 발달센터 관계자는 "최근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금과 실손보험 보험금을 비교하며 병의원 부설 클리닉을 선호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발달재활서비스는 치료가 아닌 복지 측면의 서비스로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과는 그 개념이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실손보험에 가입한 부모가 치료비를 실손보험으로 전가할 수 있는 부설 클리닉을 더 선호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설 발달센터를 이용하던 아동들이 이탈하면서 민간 자격자들의 이직도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부설 클리닉에서의 급여가 사설 발달센터보다 높은 점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들이 옮긴 부설 클리닉 상당수가 실손보험을 노리고 비정상 영업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녀를 자부담으로 부설 클리닉에 보내고 있다는 한 부모는 "최근 병원에서 아이의 개인 수업을 끝내고 5분간 그룹상담을 진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알려왔다"며 "아이가 실손 처리가 안 되는데다 개인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음에도 (다른 아이들의) 실손보험 지원을 받기 위해 그룹치료한 것처럼 꾸며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부당한 목적의 선결제 요구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통상 부설 클리닉의 민간 자격자는 프리랜서로 고용된다. 환자가 예약 일정을 잡으면 시간에 맞춰 오는 식이다. 이에 예약 일정을 잡은 환자가 당일 취소하는 경우 민간 자격자가 받아야 할 수익을 의료기관이 보전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 상당수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당일 취소시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계약서와 함께 선결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결제를 했다는 한 발달지연 아동 부모는 "아이가 아파서 클리닉에 나가지 못하자 금액을 환불해주는 대신 이미 선결제한 금액에서 차감했다"며 "아무리 사설 발달센터처럼 운영한다지만 치료한 대로 치료비를 받는 게 올바르게 운영하는 의료기관이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보건당국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대응 마련에는 미적거리는 모양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사례와 관련해 일부 병원에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는 신고가 들어올 경우 개별적으로 비정상 영업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점검은 각 지역 관할 보건소나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다"면서 "현장점검을 위해 보건당국 차원에서 공문을 내보낸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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