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정상화]② 실손보험 손해율악화 주범 ‘비급여’...진료비 “제대로 공개하라”

병원 비급여 상향 조정, 소비자는 보험으로 청구 ‘손해율 악순환 고리’

여지훈 승인 2023.08.01 06:00 | 최종 수정 2023.08.01 08:15 의견 0
◆기사 게재 순서
① 심평원은 1000만원 병원은 1500만원...비급여 진료비공개 “못 믿겠네”
실손보험 손해율악화 주범 ‘비급여’...진료비 “제대로 공개하라”
③ “문제는 가격이야 바보야!”...실손보험 정상화 해법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를 방지하려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니 의료소비자는 가성비 높은 병원을 선택하기 힘들다. 병원은 임의로 비급여 진료비를 높이고 이를 다시 실손보험으로 청구, 손해율을 악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행 의료법 제42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에 따르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고지 대상인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초기화면 등 찾기 쉬운 곳에 공개해야 한다. 한 화면에 게시할 수 없다면 항목별 나열 기능과 항목명 검색 기능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사진=의료법 시행규칙]

이를 위반한다면 시정명령 대상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와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앞서 문의한 의원[심평원은 1000만원 병원은 1500만원...비급여 진료비공개 “못 믿겠네”]들 모두 홈페이지가 아닌 '블로그'만을 운영하고 있었다. 각 블로그에서 비급여 가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블로그는 홈페이지와 달리 고지 의무가 없는 플랫폼에 해당하므로 비급여 진료비를 게재하지 않더라도 시정명령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답변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를 담당하는 건 해당 지역 보건소다. 하지만 관할 보건소 담당자 역시 복지부와 마찬가지로 블로그 게재 미이행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심평원에 게재된 진료비는 신뢰가 어렵고, 인터넷 상으로는 비급여 진료비 가격 정보를 확인할 길이 막힌 상황. 여러 의원의 가성비를 따져보고 싶은 환자로서는 의원들에 일일이 전화해 증상을 설명한 뒤 안내받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의료서비스는 각종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 이에 한 병원을 선택하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취재 중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장비 수준이나 의사 경험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 동일 약제의 가격이 크게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 선택권' 부재한 비급여 시장, 똑같은 약인데 가격은 천차만별

'이뮤알파주'란 약품이 있다. 통상 면역력 강화를 위한 영양제로 사용되며, 주성분이 같은 제품으로는 자닥신주, 티모신주, 싸이원주 등이 있다. 현재 식약처에서는 그 효능을 '면역기능이 저하된 고령 환자의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시의 보조요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각 병원이 홈페이지에 명시한 가격은 7만원부터 35만원까지다. 편차가 매우 크다. 이들 약제는 많게는 수십 차례 이상 처방을 받아야 한다. 어느 병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의료소비자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같은 마트에서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시점에 따라, 고객에 따라 가격을 달리 받을 수 있다"며 "다른 마트와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건 판매자의 자유"라고 비유했다.

한 약사도 "현재 약국이 파는 약에 대해 병원이 더 높은 가격으로 입원 환자에게 처방한다고 해서 자유시장경제에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즉 가격의 책정은 자유시장경제에서 판매자 고유의 권한이라는 것.

하지만 이들 의료업계 종사자의 답변에는 의료공급자에 대한 고려만 있을 뿐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자유시장경제라도 정보 비대칭이 만연하다면 공정한 가격 형성은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출금리, 보험료도 비교 공시하는데 유독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만 비교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는 합리적으로 가격을 비교한 뒤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한 비급여 가격이 공개될 때 소비자는 가격과 서비스, 병원 평판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은 물론 환자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서도 투명한 비급여 진료비 공시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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