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심평원은 1000만원 병원은 1500만원...비급여 진료비공개 “못 믿겠네”
② 짓밟힌 소비자 선택권...'구매자 열위' 전락한 비급여 시장
③ “문제는 가격이야 바보야!”...실손보험 정상화 해법은? |
현행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의료기관별 비급여 가격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 정확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가 배경이다. 정확성 낮은 정보를 방치한 병원도 문제지만 제대로 관리를 못한 심평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31일 뉴스포트가 입수한 서울 서초구의 A산부인과 진료비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1월 이 의원이 책정한 고강도 초음파 집속술, 일명 '하이푸' 시술의 가격은 1회당 1500만원이었다. 하지만 A의원이 심평원 사이트에 게재한 가격은 1000만원. 500만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A산부인과에 직접 문의하니 안내하는 가격이 1100만~1300만원으로 또 달랐다. 지난해 초 300만원대 저가 이벤트를 진행한 것 외에는 비슷하게 가격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B산부인과도 사정은 마찬가지. B의원이 심평원에 게재한 하이푸 시술비는 500만원. 하지만 전화상 안내받은 가격은 800만원대 중반이었다.
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심한 이유에 대해 B의원 관계자는 "장비나 의사 경험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 많은 마진을 남기기 위해 과한 가격을 부르기도 한다"며 "한 번에 끝낼 시술을 불필요하게 두 번에 나눠서 하는 병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우 환자는 각각의 시술에 대해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상당수 병원들이 비급여 항목에 대해 과잉 진료하거나 과도하게 가격 책정하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다.
하이푸는 체외초음파를 이용해 자궁근종 또는 자궁선근증 병변 조직을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비급여 항목의 하나로 절개와 전신마취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배에 상처가 남지 않길 원하거나 자연분만을 계획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수가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병원에서 부르는 게 값인 상황. 게다가 병원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수백만원 차이는 기본이다. 심평원은 제45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현황조사 등)에 근거, 의료기관별 비급여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확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다.
다른 비급여 항목인 '전립선 결찰술(유로리프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립선 결찰술은 환자의 전립선이 비대해져 요도를 압박하는 경우 이를 결찰사(실)로 묶어 줌으로써 요도폐색 증상을 개선하는 시술이다.
통상 전립선 크기가 작다면 2개의 실이, 크다면 4개의 실이 이용된다. 조직을 절제하거나 태우지 않아 부작용이 적고, 국소마취 후 단시간 내 시술이 가능해 많은 비뇨기과에서 시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역시 신뢰할 수 없는 가격 정보다. 서울 강남구의 C비뇨기과에서 지난해 7월 책정한 전립설 결찰술 가격은 2000여만원.
C의원이 심평원 사이트에 게재한 가격을 찾아봤다. 현재 전립선 결찰술의 경우 치료행위에 대한 가격과 치료재료(결찰사)에 대한 가격을 구분해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C의원이 게재한 결찰술 행위에 대한 가격은 200여만원. 결찰사의 가격도 이와 비슷했다. 명시된 결찰사의 가격을 개당 가격으로 본다면 2개 이용시 400만원, 4개 이용시 800만원인 셈. 총 4개를 이용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시술비까지 총 1000만원가량이 든다. 실제 환자가 받은 진료비 명세서 상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직접 C의원에 문의했다. 의사는 치료 재료비와 시술비 모두를 포함해 실 2개 이용시 400만원, 4개 이용시 800만원을 불렀다. 심평원에 게재한 가격과 200만원 차이가 난다. 1년이란 시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진료비 명세서 상 가격(2000여만원)과는 1200만~1600만원 차이가 난다.
다른 비뇨기과 두 곳에도 전립선 결찰술 비용을 물어봤다. 이중 D의원은 재료비와 시술비 모두 포함해서 실 2개 이용시 550만원, 4개 이용시 750만원이라고 안내했다. E의원은 실 2개 이용시 500만원, 4개 이용시 800만원가량이라고 안내했다.
D의원은 심평원에 게재한 가격보다 200만원 높았고, E의원은 200만원 낮았다. 의원 간 가격 편차가 심한 것도 문제지만, 공개된 가격 정보가 혼란을 부추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들로부터 비급여 가격 정보를 다시 받고 있다"며 "새로운 가격 정보는 오는 9월 20일부터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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