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시장에서 이른바 ‘700종신’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경영인정기보험이 금융당국의 제재로 위축되자 이를 대체할 상품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다만 높은 수수료 등으로 인한 불건전 영업 우려가 확산되면서 또 다른 규제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법인보험대리점(GA)채널에서 700종신이 월초보험료 기준 약 80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GA채널 전체 생명보험 판매 실적이 약 55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700종신의 판매 집중도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이미지=DALL·E]

700종신은 20년 납입 조건에 7년만 지나면 해약환급금이 납입 원금을 초과하는 체증형 종신보험을 통칭한다. 가입 후 '7년' 시점에 원금의 '100%' 환급률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700종신으로 일컫는다. 10년 시점에는 납입원금의 105~110% 수준의 환급률이 보장돼 사망 보장과 자금 환급 기능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심사형뿐 아니라 간편심사형 상품도 출시되면서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700종신은 2019년 KB생명(현 KB라이프)이 출시한 ‘7년의약속KB평생보험’을 모티프로, 이후 경쟁사들이 유사한 구조의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주요 상품으로는 ▲제로백H종신보험(한화생명) ▲종신보험세븐PLUS(신한라이프) ▲백년친구700종신보험(DB생명) ▲7년의약속플러스평생종신보험(KB라이프) ▲세븐UP종신보험(iM라이프) ▲MAX종신보험세븐하이픽(푸본현대생명) 등이 있다.

특히 지난달 GA채널에서는 제로백H종신보험(43억원), 백년친구700종신보험(14억원), 종신보험세븐PLUS(11억원), 7년의약속플러스평생종신보험(6억원) 등이 판매를 견인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경영인정기보험에서 이탈한 수요가 이동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지난해 단기납종신보험에 이어 경영인정기보험이 금융당국의 제재로 판매가 위축되자 생보사들이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경영인정기보험의 불건전 영업과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상품 구조 개선과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절판 마케팅, 과도한 차익 제공 등 부작용이 이어지자 주요 보험사를 상대로 고강도 검사를 진행했다. 현재 일부 상품은 여전히 판매 중이지만, 환급률 하향과 판매 범위 축소 등의 영향으로 실적은 크게 감소한 상태다. 지난달 기준 GA채널에서 경영인정기보험의 판매 실적은 약 1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초 높은 환급률을 앞세우며 인기를 끌었던 단기납종신보험 역시 한때 130% 이상으로 치솟은 10년 시점 환급률이 120% 내외까지 낮아지면서 판매가 감소했다. 지난달 GA채널에서 단기납종신보험 판매 실적은 약 182억원에 머물렀다.

업계에선 700종신 역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높은 수수료와 시책 구조로 인한 차익거래 가능성, 단기간 내 원금 회수만을 강조하는 영업 등이 반복될 경우 불건전 영업과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의 700종신은 초회보험료의 2500%에 달하는 수수료와 시책이 제공돼 차익거래 유인이 매우 크다”며 “환급률과 수수료 구조가 경영인정기보험과 유사함에도 단지 상품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장의 영업 관행만 탓할 게 아니라 보험사들도 불완전판매를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수수료와 시책 구조를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며 “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이 없다면 특정 상품 쏠림과 이에 따른 규제의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정 상품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면 대체 상품으로 판매가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단기납종신, 경영인정기에 이어 700종신까지 규제를 받게 되면 이미 위축된 생보 상품 영업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