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이 급락하면서 최대주주인 빅튜라의 기한이익상실(EOD) 우려가 한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계약서상 EOD 발동 기준 시점이 아직 도래하지 않아 금융권의 신중한 관망 속에서 당장은 급한 불을 끈 분위기다. 빅튜라는 롯데손보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빅튜라가 체결한 주식담보대출 계약에서 EOD가 즉각 발동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채권사들은 지급여력비율의 일시적 하락만으로는 EOD 발동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향후 지표 회복 가능성과 자구책 실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채권사 관계자는 “계약상 EOD 여부는 특정 시점의 지급여력비율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비밀유지계약(NDA)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지만 아직 해당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당장 EOD를 선언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선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채권사 관계자는 “채무자가 감독 기준인 130% 회복을 위한 자구 노력을 연내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기적인 비율 하락만으로 위기를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손보의 올해 1분기 지급여력비율은 119.9%로 지난해 말(154.6%)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시한 완화된 감독 기준선인 130%도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에서 업계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적용했음에도 이 같은 수치를 기록해 우려를 키웠다. 타사와 동일하게 원칙모형으로 환산한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적용시 94.8%, 미적용시 82.8%까지 낮아진다. 법정비율인 100%에도 미달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최대주주인 빅튜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빅튜라는 지난해 10월 신한은행·농협은행 등과 주식근질권설정 계약을 맺고 롯데손보 보통주 약 2억3908만주를 담보로 4650억원(선순위 3750억원, 중순위 900억원)을 조달했다. 계약서에는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이 125%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채권자가 원리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EOD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금융당국도 해당 조항에 주목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31일 롯데손보가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주주의 인수계약서상 EOD 발생 위험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 기재 누락이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판단, 롯데손보에 관련 투자위험을 명시하도록 지도했다. 롯데손보는 1주일 후인 2월 5일 해당 증권신고서를 자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