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가 지난달 출시한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보증형)’의 판매를 출시 한 달 만에 중단한다. 갑작스러운 판매 종료 소식에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는 막판 수요를 잡으려는 설계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조기 목표 실적을 달성한 데 따른 전략적 판단이라는 게 KB라이프의 설명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는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의 판매를 오는 16일 오후 6시부로 중단할 예정이다. 오후 6시까지 입금된 청약에 한해 판매가 인정되며, 이후에는 청약서 발급과 입금이 모두 차단된다. 이 상품은 지난달에만 GA 채널을 통해 약 103억원어치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은 금리 변동기에도 예측 가능한 자산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금리연동형 적립식 상품이다. 계약을 오래 유지할수록 수익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 강점이다. 5년 납입 기준으로 7년 시점에 납입 보험료의 100%, 10년 경과시 130%가 환급되며, 연금 개시 후에는 매년 2%씩 더한 금액을 최저 보증한다. 즉 보증 비율이 세 번에 걸쳐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구조다.
이 같은 설계 덕분에 공시이율과 무관하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연금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출시 한 달여 만에 GA 채널에서 100억원 규모가 판매된 것도 이러한 구조적 특징에 기인한다는 평가다. 경쟁사들이 고마진을 이유로 건강보험이나 종신보험 등 보장성 상품에 집중하는 사이 연금보험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라이프는 이번 판매 중단이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트리플 연금보험이 당초 목표 실적을 조기 달성해 상품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균형 있게 조정하기 위한 조치”라며 “포트폴리오 정비가 마무리되면 하반기 중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상품의 이 같은 인기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은퇴 후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 속에서 사적연금의 보완적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특히 법정 은퇴연령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시점 사이의 소득 공백기인 이른바 ‘연금 크레바스’를 메울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조가 간단하면서도 환급률이 높아 고객 설득이 쉬웠다”며 “며칠 사이 급하게 판매 종료가 결정돼 아쉬움이 크지만 재출시 가능성에 대비해 고객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KB라이프는 지난 3월 개정 출시한 ‘100세 만족 연금보험’으로도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출시월에만 GA 채널에서 약 130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달아 연금보험 판매고를 높게 유지하면서 상품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