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라이프플래닛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지출로 위험액을 키워놓고, 정작 사업비가 많이 들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제도 완화를 요구해 논란이다. 예실차를 줄이려는 노력 없이 디지털 보험사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주장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라플은 금융감독원에 사업비예실차위험액 산출시 적용되는 ‘5% 한도’를 디지털 보험사의 특수성을 반영해 30%로 대폭 상향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규정은 예상사업비의 5%를 초과하는 예실차에 한해 위험계수(3.7)를 적용, 위험액을 계산해야 한다. 교보라플은 이 기준을 30%까지 확대해 그 초과분만 위험액에 반영해달라는 입장이다.
교보라플의 지난해 말 기준 사업비예실차위험액은 251억원으로, 전체 기초가정위험액의 99%를 차지했다. 예상사업비를 136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실제 지출은 211억원에 달해 75억원의 차이가 발생한 결과다.
경과조치 적용 후 교보라플의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이 70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비예실차위험액이 지급여력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교보라플이 한도 상향을 요청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마저도 이미 한 차례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 결과다.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초기에는 사업비예실차위험액에 ‘5% 한도’ 자체가 없었다. 사업비는 지급금과 달리 보험사가 비교적 통제할 수 있는 항목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기준을 개정하면서 예상액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만 위험계수를 적용하도록 변경됐다.
논란의 핵심은 제도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교보라플의 논리다. 교보라플은 “초기 사업 정착을 위한 마케팅 비용 등으로 실제 지출이 많았고,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사업비가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13년 설립 이후 10년 이상 영업을 이어온 상황에서 ‘초기 단계’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업비예실차위험액은 예상사업비를 적게 잡을수록 커지는 구조다. 국제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서 보험사는 ‘편향되지 않은 최적 가정’을 바탕으로 예실차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기 지출이 많았다면 차기엔 보다 현실적인 가정을 반영해 위험액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노력 없이 디지털 보험사라는 이유만으로 특례를 요구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실차를 줄이기 위한 자구 노력 없이 특혜만 요구하는 것은 규제를 악용할 소지를 남긴다”며 “오히려 5% 한도를 적용받는 다른 보험사들과의 형평성을 해쳐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주장하는 ‘사업 초기 단계’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디지털 보험사라는 이유만으로 별도 기준을 적용할 경우 타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기자본이 적은 디지털 보험사의 경우 사업비 지출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다”며 “해당 건의가 객관적 근거를 갖췄는지 연내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보라플 관계자는 “초기 사업비용이 많다는 취지는 자사 설립 시점이 아닌 국내 디지털 보험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선 건전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사업비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도 소형 보험사에 대해 차등 적용 사례가 있다”며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디지털 보험사에 일률적 규제를 적용하면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형평성 훼손이 아니라 다양한 대안을 통해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배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