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경영 정상화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을 재편했다. 중간 단계를 줄이고 핵심 업무는 전담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의사결정은 더 간결하게, 업무 수행은 더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재정비했다는 평가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1일부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일부 부문 체제를 실 단위로 간소화했다. 동시에 ▲성과관리팀 ▲변화혁신팀 ▲마케팅교육팀 ▲선임계리사지원팀 등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외형상 조직 축소로 보일 수 있지만 인력 감축 없이 결재 라인을 단축하고 각 업무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조직 슬림화보다는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 각 업무에 전문성을 부여한 개편”이라며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실행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근 시행된 책무구조도에 면밀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가령 성과관리팀은 기존 전략기획팀 내 일부 기능을 떼어내 신설됐다. 각 부서의 목표 설정과 성과 점검을 전담함으로써 내부 관리 체계의 정밀도를 높이는 역할이다. 변화혁신팀은 조직문화 개선을, 마케팅교육팀은 영업 인력 교육과 육성을 중점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선임계리사지원팀은 보험계리 및 리스크 관리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소비자보호, 준법지원 등 일부 조직은 ‘부문’에서 ‘실’로 재편되며 보다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중간 관리 단계를 줄여 각 기능의 실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책임 있는 의사결정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번 조직 개편은 김병철 수석부사장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경영정상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김 수석부사장은 푸본현대생명에서 영업 조직을 이끌었던 인물로, 올 상반기 KDB생명에 합류해 실질적인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현장 경험과 실무 감각을 앞세워 그간 매각 국면에서 방치됐던 조직 구조와 운영 체계를 본격적으로 손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KDB생명은 현재 산업은행과 유상증자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확충과 함께 수수료 체계 개편, 보장성 위주의 신상품 확대 등 수익 구조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기 실적에 집중했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체력 회복과 내실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한 모습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반복된 매각 시도로 누적된 내부 피로가 컸던 상황에서 이번 개편은 조직의 기능과 구조를 실질적으로 손질하려는 시도”라며 “겉모습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로 생존 가능성을 입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KDB생명은 같은 날 김병철 수석부사장 주재로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조직 개편 방향과 신규 경영진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는 업무 효율화와 마인드셋 전환을 목표로 한 ‘Perfect Work 100’ 캠페인 등 주요 추진 과제에 대한 소통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