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이 보험업 진출의 창구로 법인보험대리점(GA)을 적극 활용하면서 GA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기존 사업자들은 위기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보험사들도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명화학은 GA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GA인 지금융코리아에 투자한 데 이어 더금융서비스에도 연이어 자금을 투입했다. 더금융서비스는 원금융서비스 산하 사업단이었다가 독립GA로 출범했다.
이후 대명화학은 인포유금융서비스, 더베스트금융서비스, 리더스에셋어드바이저 등 주요 GA와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대명화학이 이들 GA를 통합해 초대형 GA를 출범시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행보가 단순한 사업 확대를 넘어 증여나 상속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직영 구조를 갖춘 어센틱금융그룹을 제외하면 다른 GA들의 수익성은 낮은 편”이라며 “통합이 이뤄질 경우 어센틱금융그룹과 나머지 GA 주주 간 지분 가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센틱금융그룹의 지분을 보유한 대명화학이 통합 이후 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후 상장이나 매각 등 다양한 전략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자본의 GA 진출은 자산 승계를 염두에 둔 전략일 수 있다”며 “GA는 특성상 순자산 규모가 작고 기업가치도 낮게 평가돼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에 유리하다”고 짚었다. 이어 “GA는 고용이 유연하고 보험사로부터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에게는 사실상 ‘꽃놀이패’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자본의 GA 진출은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상호 소유 및 지배를 제한하는 제도지만, 현행법상 GA는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해당 규제에서 제외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GA는 법적으로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산업자본의 GA 소유를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명화학은 2020년 어센틱금융그룹에 대한 투자를 계기로 GA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 지난해 말 기준 연결 자산 규모는 3조2170억 원, 매출은 2조2765억 원에 달한다. 그간 전자부품, 화장품, 의류 제조 및 유통, 운송, 항공운수, 금융투자, 방송 콘텐츠 제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으며, 코웰패션·케이브랜즈 등 자회사와 특수관계사를 통해 수백 개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