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이 간병인사용일당 담보 보장한도를 상향했다. 이는 손해율 이슈로 보장한도를 낮추는 업계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다. 업계에선 약화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지난 10월 간병인사용일당(70세 미만 일반병원 기준) 담보의 보장한도를 기존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였다. 올해 주요 손보사들이 손해율 상승을 이유로 잇따라 한도를 줄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말 기준 해당 담보의 보장한도는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이 10만원,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가 각각 15만원을 유지했다. 이들 보험사 관계자 모두 “간병인사용일당 담보는 손해율이 높아 보장 축소가 불가피한 상품”이라며 “향후 한도 상향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간병인사용일당은 질병 또는 상해로 입원해 간병서비스를 이용할 때 1일당 정액 보장금을 지급하는 담보다. 고령화로 가족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품 중 하나다. 손해율이 높은 편이지만 다른 특약과 연계, 판매를 확대하기 쉬워 보험사 입장에서도 단기 매출과 점유율 확보에 유리한 상품으로 평가된다.
DB손보의 이번 한도 상향 배경에는 연간 시장점유율 부진이 자리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DB손보는 1~5종 수술비와 질병수술비 담보에서 낮은 보험료를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최근 경험위험요율 조정으로 질병수술비 보험료가 크게 오르면서 해당 담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반면 1~5종 수술비 담보의 보험료 인상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이에 영업 현장에서는 점유율 확보를 위해 인수조건이라도 완화를 요구했지만 손해율 부담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차선으로 간병인사용일당 보장 확대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간병인일당 보장한도 상향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경험위험요율 조정 이후 DB손보 상품 판매가 둔화하며 점유율 유지가 어려워진 것으로 안다”며 “진단비와 수술비 등 주요 담보의 손해율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그나마 손해율이 낮은 간병인사용일당 보장을 넓혀 판매 부진을 완화하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DB손보의 초년도 손해율이 타사 대비 낮지만 높은 한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간병인사용일당은 구조적으로 손해율이 높아 다른 대형사가 이를 따라갈 가능성은 낮다”며 “간병인사용비가 통상 하루 10만~13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과도한 보장금액은 감독당국 역시 우호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DB손보가 장기적으로 높은 한도를 유지하며 손해율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B손보는 이러한 시장의 해석을 일축했다.
DB손보 관계자는 “당사는 타사와 달리 이번에 처음으로 보장한도를 20만원으로 상향한 것”이라며 “이번 조정은 보험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간 점유율 목표 때문이라는 외부의 해석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