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의 3분기 보험손익이 반토막 났다. 손익 악화에는 대규모 예실차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낙관적 계리가정과 특정 상품군의 손해율 악화가 겹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예실차는 예상 보험금과 사업비에서 실제 발생한 보험금과 사업비 등을 차감해서 구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의 올해 3분기 별도 누적 기준 보험손익은 772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586억원) 대비 47%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1800억원에서 218억원으로 급감했고, 일반보험은 761억원 흑자에서 -49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장기보험에서 2178억원 규모의 예실차 손실이 발생하며 전체 손익을 크게 끌어내렸다.
예실차 손실은 대규모 발생사고요소 조정이 결정적이었다. 올 3분기 일반모형과 변동수수료접근법에서 발생사고요소 조정 금액은 2317억원으로 전년 동기(-1907억원)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보험금 예실차는 305억원 이익, 사업비 예실차는 166억원 손실에 그치며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쉽게 말해 이번 예실차 손실의 핵심 원인이 발생사고요소 조정에 있다는 의미다.
발생사고요소 조정은 당기 이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와 관련해 부채로 인식한 금액의 추정치를 다시 반영하는 회계처리다. 보험금 지급 예상치가 증가하면 비용으로 처리돼 손실로 반영된다. 이번 대규모 양수(+) 전환은 이전 손해율 등 계리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거나, 특정 장기보험 상품에서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 지급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경쟁 과열이나 의료파업 종료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대형사 중 DB손보에서만 이례적으로 대규모 양수 조정이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회사 내부 요인이 더 설득력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연 청구나 특정 대형 사고가 DB손보에 집중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타사와 비교해도 차이는 뚜렷하다. 올 3분기 누적 예실차는 ▲삼성화재 -244억원 ▲현대해상 -2079억원 ▲메리츠화재 54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해상은 예실차 손실이 컸음에도 발생사고요소 조정이 -1349억원으로 음수로 나타나, 대규모 양수로 전환한 DB손보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한 보험회계 전문가는 “DB손보의 대규모 발생사고요소 조정은 과거 사고에 대한 보험금 추가 지급 예상이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특정 상품에서 사고가 심화하며 손해율이 상승한 것이 주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계리적 가정이 정확하게 반영됐다면 발생사고요소 조정 금액이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며 “과거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거나 일부 장기상품에서 지급이 급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DB손보 관계자는 “특정 상품이나 상품군을 원인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며 “공시된 내용 이상을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