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과 연관된 마트슈랑스(마트 내 보험판매) 영업 현장에서 위법 소지가 있는 서식이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동시에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보험 상품의 핵심 성격을 왜곡하고 개인신용정보를 적법한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뉴스포트 취재에 따르면 청량리 일대 마트 내 보험 영업 현장에서 사용된 보험 가입신청서에는 월 납입보험료를 ‘월 저축금액’으로 표기한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보장성 보험 가입 서식에 저축성 금융상품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보험의 성격을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마트슈랑스 현장에서 사용된 서식과 광고물]

이 같은 표현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와 부당권유행위 금지 원칙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장성 보험은 위험 보장을 대가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상품인 만큼 ‘저축’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원금 적립이나 환급을 전제로 한 금융상품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마트슈랑스처럼 짧은 설명과 현장 가입이 이뤄지는 환경에서는 소비자 오인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신용정보 수집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당 가입신청서에는 신분증 정보와 신용카드 번호, 계좌번호 등 민감한 개인신용정보를 기입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 항목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집 목적과 범위, 보유·이용 기간, 동의 거부 권리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요구하는 필수 고지사항도 신청서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

개인정보를 실제로 관리·처리하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보험 가입자의 계약상대방은 보험사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직접 수집한 모집 주체의 명칭과 책임 범위는 신청서상 특정되지 않았다. 개인정보 처리 주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민감 정보를 수집한 것은 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절차적 정당성 역시 취약하다는 평가다. 가입신청서에는 가입자의 자필 서명란이 없었다. 자필 서명은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소비자 의사를 확인하는 핵심 증빙 수단이다. 자필 서명이 누락될 경우 향후 분쟁 발생 시 계약의 유효성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GA 준법감시인은 “보험료를 저축금액으로 표기한 것은 소비자 오인을 초래할 수 있는 전형적 사례”라며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가 누락되고 처리 주체가 불분명한 점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현장 실수로 보기 어렵고 내부통제와 직결된 문제”라며 “대형 GA일수록 영업 현장 전반에 대한 상시 점검과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보험 가입신청서라는 정체가 불분명한 서식은 형식적으로 가입 의사만 확인하는 문서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민감한 신용정보를 조회하거나 제공받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방식의 영업은 편법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해당 GA는 자사 소속 설계사의 활동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GA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된 마트슈랑스 영업은 본사와 업무제휴 계약을 맺은 지사의 지사장이 일정 기간 마트 매장을 임차한 뒤 타사 소속 모집인에게 재임대한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기간 중 사용된 가입신청서라면 타사 모집인의 영업과 양식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문제 소지가 제기된 만큼 해당 마트슈랑스 영업을 즉시 중단하고 관련 양식을 모두 회수하도록 조치했다”며 “진상 조사를 거쳐 본사 차원의 자체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