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가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종에 금융·보험업을 포함시키면서 그간 불법 입주 논란을 빚던 법인보험대리점(GA)이 합법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 자치구 중 첫 사례로, 지역 공실률 완화와 산업 생태계 변화가 촉진될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는 이달 13일부터 지식산업센터 공장시설 입주 가능 업종에 보험업과 보험·연금 관련 서비스업을 정식으로 추가했다. 반복적인 시정명령을 받아온 GA들은 이번 조치로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존속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이미지=영등포구청]

이번 결정은 산업집적법 시행령이 지자체에 부여한 재량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산업집적법 시행령 제36조의4(지식산업센터에의 입주)는 산업단지 밖의 지식산업센터에 대해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역경제의 발전 등을 위해 재량으로 특정 사업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지식산업센터 공장 용도로 분류된 호실은 제조업과 지식기반산업, 정보통신산업, 벤처기업 등으로 입주가 제한돼 왔다. 금융·보험업은 지원시설로만 입주가 허용돼 공장시설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이에 불법 입주로 시정명령을 반복해서 받은 GA들은 이전이나 업종 추가를 시도해야 했다. 일부 센터에서는 공실이 늘어나고 입주 기업들이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외부에서 이용해야 하는 비효율도 지속됐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우리 구는 지식산업센터 비중이 높아 업종 제한이 많으면 공실 증가와 임차인 확보 부담이 커진다”며 “금융특구라는 지역 특성을 살려 여의도 금융 중심지와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의도의 높은 임대료가 부담이 되는 금융·보험업 기업을 유치해 투자와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다만 영등포구의 결정이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지는 불투명하다. 영등포구는 국가산업단지가 없어 지자체장 재량이 업종 제한 완화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금천구와 구로구는 산업단지가 자리해 같은 조치를 취하더라도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보험업의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 입주는 법 개정이 필요해 단기간에 제도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금천·구로구는 이미 올해 상반기 입주 업종을 고시했지만 보험업은 제외했다. 두 지역 모두 산업단지 비중이 높아 재량을 활용해 업종을 확대하더라도 정책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금천구와 구로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입주 업종을 검토했지만 보험업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보험업 추가 허용 계획이나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GA들의 거점 전략 전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역별 허용 여부가 갈리면서 영등포 이전을 검토하는 GA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실률 상승으로 지식산업센터 간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GA 관계자는 “구로·금천구는 여전히 보험업 입주가 불가하지만 영등포구는 지자체 재량으로 입주가 가능해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 내 산업단지 비중 차이가 지자체별 정책 편차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도 “공실률 상승과 지자체의 신규 수요 유치 움직임으로 단기간 내 영등포에 금융·보험업 집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단기간에 대규모 회귀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GA 관계자는 “불법 입주 문제로 퇴거한 뒤 이미 다른 지역에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곳이 많다”며 “계약 기간과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기존 GA들이 빠르게 영등포구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