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분쟁에서 보험사의 검토 권한을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험사에 치료 연장 검토권을 부여하는 것이 의료권 침해 논란을 빚자,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서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원할 경우 보험사가 추가 서류를 받아 치료 필요성을 검토하도록 한 부분을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가 수행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 중이다.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는 국토부 산하 자동차손해배상보장위원회 내 설치된 기구다. 당초 입법예고안에서는 보험사가 추가 서류를 검토해 지급보증 중지계획을 안내했을 때 환자가 동의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맡도록 규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인 것은 맞다”며 “검토와 심의를 모두 한 기구가 수행하는 구조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배법 시행령 개정안은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장관이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은 안을 무산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구체적인 방안을 가닥 잡을 예정”이라면서도 “지난 9월 공청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다시 공청회를 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안이 확정되면 경상환자의 8주 초과 장기 치료 분쟁은 보험사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공적 기구에서 객관적으로 심의하는 체계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는 보험금 부정수급 방지와 환자의 합리적 치료권 보장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적 균형점이라는 평가다.
앞서 국토부는 올해 2월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이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다. 경상환자가 통상 8주를 넘어 장기 치료를 원할 경우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사가 이를 검토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절차를 담았다. 자동차보험 환자의 90%가 8주 내 치료를 완료하고, 산재보험과 의협 진단서 작성 지침상 염좌 요양·치료 기간이 각각 6주·4주 이내라는 현실을 반영한 설계다.
다만 한의사협회와 소비자단체는 보험사에 치료 연장 판단권을 부여하는 것이 의료권 침해라며 반발해왔다. 이번 분과위원회로 역할이 이관될 경우 관련 쟁점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는 의사 출신들도 포진해 있어 보험사의 의료권 침해라는 비판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기존에 수행하던 손해사정 업무를 반복한다는 의미일 뿐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보험금 지급 적정성을 따지는 것은 보험사의 본래 업무로, 이를 하지 않으면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