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편입 이후 첫 실적을 발표한 동양생명이 촉박한 일정 속에서 보고를 마쳤다. 연결 재무제표 작성을 위해 보고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보험부채 최종 수치 확정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빅배스’ 가능성이 겹치면서 신뢰성 있는 실적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달 말일에 임박해서야 우리금융지주에 3분기 실적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금융의 잠정 실적 발표일이 지난달 29일이었던 만큼 자회사들은 그보다 앞서 실적을 제출해야 했다. 동양생명은 지난 7월 ABL생명과 함께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됐다.

[사진=동양생명]

우리금융 관계자는 “검증 절차에 다소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동양생명이 우리금융 편입 이후 처음으로 연결재무제표를 합산해 발표한 만큼 절차상 시간이 소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 누락이나 사고는 없었고 내부 검증과 협조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덧붙였다.

보고가 막판까지 늦어진 것은 보험부채 등의 최종 수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동양생명은 우리금융 편입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3분기 실적을 11월 중순에 발표해 왔다. 올해는 금융지주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위해 일정이 크게 앞당겨지면서 재무팀의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보험부채 등의 확정 과정에 어려움을 겪어 보고가 지연된 것으로 안다”며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상당한 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이 ‘빅배스’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신뢰성 있는 실적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빅배스는 경영진이 손실 요인을 한 분기나 특정 시점에 집중 반영해 재무 상태를 조정하는 회계 전략이다. 이를 통해 이후 실적 개선 폭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통상 신임 경영진이 부임할 때 단행되며, 특히 하반기 취임시 그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우리금융에 편입되면서 새로 취임한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가 임기 내 실적 개선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실적 관리 동기가 강할 것”이라며 “신한라이프 사례처럼 기저효과를 노려 올해까지 빅배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산 관련 충당금 설정, 평가손실 인식, 보험계약마진(CSM) 조정 등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감사인 검토를 거친 내용인 만큼 이를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동양생명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7%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2020억원에서 950억원으로, 투자손익은 1120억원에서 534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448억원에서 1099억원으로 55.1%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