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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광고 믿고 캠핑 전날 필요한 걸 주문했습니다. 손질된 고기와 밀키트를 주문하고, 캠핑장에서 받아서 데우기만 하면 분위기 끝장이죠. 그런데 낭패를 봤네요. 제가 주문한 곳. 그러니까 캠핑장은 ‘도서·산간’지역이기 때문에 로켓배송이 안 되더라고요. 캠핑은 망치고 배를 주리다가 왔습니다.
서삼석 의원님! 쿠팡 로켓배송도 국내 전 지역으로 확대해주세요.
최근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서삼석 의원은 5대 손해보험사 CEO를 참고인으로 불렀죠. 도서·산간 지역까지 자동차보험 긴급출동서비스(긴출)를 확대를 추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CEO들은 전국 단위로 긴출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소환이 철회되는 헤프닝이 있었죠. 각 보험사는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긴출에 대한 특별약관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서 의원은 전국민 대상으로 긴출 확대라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셈이죠. 이면에 있는 ‘경제성’은 슬그머니 감춥니다. 그리고 5대 손보사는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상장기업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네요.
5대 손보사 CEO가 긴급출동 확대를 약속하자마자 업계 실무자는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공공성을 지키면서 경제성까지 살리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겠죠.
자동차보험은 사실상 전 손보사가 같은 상품을 판매하죠. 가격민감도가 매우 높습니다. 조금만 더 저렴해도 경쟁사 상품으로 갈아타죠. 도서·산간지역까지 긴출을 확대한다면 자동차보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긴출 특약비용은 1만원이라고 하죠. 자동차공업사 등 자동차보험협력업체가 인근에 산재한 도시지역의 경우 긴급출동 관련 1회 비용을 10만원이라고하죠. 10명 중 1명이 긴출을 사용하면 손보사 입장에서 이익도 손해도 없는 ‘수지상등’이 되죠.
긴출 특약 가입자는 동일한데 도서지역의 긴급출동 비용이 100만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보험료는 수지상등을 맞추기 위해 1만원보다 더 높아야겠죠. 다만 이러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도시지역 가입자가 도서·산간지역 가입자의 긴출 보험료를 일부 부담해야 하는 거죠. 이 경우 ‘공공성’은 맞출 수 있지만 ‘경제성’에는 어긋납니다.
도서·산간지역까지 긴출을 확대하면, 자동차보험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죠. 그러면 점유율은 줄고, 점유율 감소로 원수보험료도 감소합니다. 반면 도서·산간지역의 긴출 영향으로 지급보험금은 늘고 손해율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죠.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죠.
손해보험사들은 도서·산간 긴출 확대를 최대한 늦추는 방법을 찾기 위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발등에 떨어진 불(국정감사 출석)을 피하기 위해 긴출 확대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의 이행은 약속할 수 없는 거죠.
또 하나의 방법이 있죠. 도시지역의 ‘긴출Ⅰ’ 특약과 차별되는 ‘도서·산간 긴출Ⅱ’ 특약을 새로 만드는 겁니다. 도시지역 긴출Ⅰ 특약보험료는 1만원으로 지금과 같습니다. 그러나 도서·산간 긴출Ⅱ 보험료는 10만원으로 높게 설정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서 의원이 강조하는 공공성은 확보할 수가 없게 되는 셈이죠. 특약 자체가 너무 비싸 가입자도 적을 겁니다.
도서·산간 긴출Ⅱ 특약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출동 거리와 시간에 따른 추가 보험료를 본인에게 청구하는 거죠. 가령 도서지역의 왕복 선박 비용과 함께 긴급출동차량 기사의 일당까지 추가하는 거죠. 그러면 정말 도서지역의 경우 1회 긴급출동 비용이 수십만원이 발생할 수도 있겠군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도서·산간지역 긴출 확대’는 얼핏 보기엔 매우 공공성이 높은 정책인 듯 합니다. 하지만 서비스 이행 비용과 시장 원리를 배제한 포퓰리즘적 접근에 가깝죠. 또 5대 손보사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기업이 아닙니다. 다 직간접적인 상장회사죠.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주주권익 증대에도 어긋납니다.
서 의원이 나서서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만드는 노력을 할까요? 가령 도서·산간지역의 긴급출동은 국가가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는거죠. 그런데 이런 방법도 포퓰리즘 아닌가요? 아니면 지자체에서 실행하면요?
서 의원이 전라남도 신안군 소속이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무리 표를 의식한다고 해도 특정 집단의 비용을 다른 집단에 전가하는 방식이 정의로운 정책인지는 숙고해봐야 합니다.
도서·산간지역까지 긴출을 확대하는 게 정말 정의로운 정책이라면, 그렇다면 서 의원님! 쿠팡 로켓배송도 전국 확장하라고 쿠팡CEO 불렀어야죠. 저도 캠핑 갔을 때 배송 못 받아서 불편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