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손해사정사회가 의료자문 관행 개선을 둘러싼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의료현장이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며 의료계 내부에서 관련 논의가 재개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장기간 표류했던 보험개혁 과제가 다시 가동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손해사정사회는 지난달 말 의료자문 관행과 손해사정 제도 개선 등 업계가 직면한 5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현안사항 TF(가칭)’를 출범시켰다. 현재까지 30명 안팎의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손해사정사회는 참여 인원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한편 5개 분과로 나눠 세부 과제를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분과별 논의 결과를 종합해 금융당국에 전달할 기획팀도 별도로 구성했다.
TF의 1차 목표는 지난해 8월 열린 제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제시된 의료자문 관행과 손해사정 제도 개선안을 조속히 현실화하는 데 있다. 특히 의료자문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 등으로 사회적 불신이 장기간 누적된 만큼 업계 차원에서 실질적인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단기 과제 외에도 추가 개선이 필요한 사안을 발굴하고 중장기 정책 제안으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TF는 보험개혁회의에서 의료자문 관행 개선이 공식 과제로 제시된 이후 1년 넘게 뚜렷한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 출범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이에 자문의 선정 구조 개선과 자문의 풀(Pool) 구성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관련 논의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의료현장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의료자문 개선 논의도 다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까지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하며 의료체계가 안정을 되찾았고 보건복지부도 지난 10월 의료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국민 신뢰 회복과 사회적 비용 절감을 목표로 자문의 풀 구성 방안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가며 제도 개선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관련기사: [단독] 의료자문 공정성 해법...의협이 직접 자문의 구성·운영]
업계는 금융당국 수장의 정책 기조 역시 긍정적인 변수로 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의료자문과 손해사정 제도 역시 보험금 지급 신뢰 회복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한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의료계 상황이 안정되면서 그동안 멈춰 있던 제도 논의가 재개되는 분위기”라며 “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당국 기조와 업계의 문제의식이 맞물리면서 지연됐던 의료자문 관행 개선이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의협이 직접 자문의 풀을 구성하고 운용한다면 이해관계당사자의 영향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의료자문중개업체를 통해 이뤄지던 보험사 자문의 논란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