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종신보험 판매 비중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경영인정기보험의 대체상품으로 일명 ‘700 종신’이 주목받으며 장기납 상품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상품 공급자인 보험사 입장에서도 판매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GA채널 종신보험 추산 실적(월초보험료 기준)은 305억원으로 전월 대비 21억원 증가했다. 이 중 단기납 종신보험은 약 3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장기납 종신보험은 17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별로는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교보생명이 각 36억원, 24억원, 21억원의 장기납 종신보험을 판매했다. 전월 대비 증가폭으로는 DB생명 7억원, 하나생명 5억원, 신한라이프와 ABL생명이 각 4억원 수준을 기록해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장기납 종신보험 비중 확대는 과거 경영인정기보험 수요가 700종신 등 장기납 상품으로 전환된 영향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700종신은 20년 납입 조건에 가입 후 7년이 지나면 해약환급금이 납입 원금을 초과하는 체증형 종신보험을 통칭한다.
앞서 과도한 특별이익(리베이트) 제공과 불완전 판매 등 불건전 영업이 성행하면서 경영인정기보험은 금융당국과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고 판매가 급감했다. 지난달 기준 GA채널에서 경영인정기보험 판매 실적은 11억원 수준에 그쳤다.
보험사 내부에서도 종신보험에 대한 판매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 임원 평가가 다가오며 단기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카드로 종신보험이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당 보험료가 커 실적 개선 효과가 즉각적인 상품이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외부 환경도 종신보험 선호를 자극하는 요인이란 해석이다. 고환율 장기화와 금리 변동성 확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이 현금 확보 전략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보험료 유입 규모가 큰 종신보험은 현금흐름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불확실성 대응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건강보험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종신보험 중심 흐름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건강보험은 높은 보험계약마진(CSM) 배수로 고수익 상품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GA채널을 중심으로 손해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며 해당 CSM의 실질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건강보험 손해율과 손해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돼 고수익 상품이라는 기존 인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물량 확보가 쉬운 GA 채널에서의 손해율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어 “GA 채널 비중이 큰 회사일수록 상품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가져가려는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계리가정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종신보험은 대량 해지 등에 대한 가정이 상당 부분 정비됐다”며 “최근 시중금리 상승과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종신보험 중심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어쨌거나 종신보험은 생보사를 대표하는 상품”이라며 “설계사들로서도 건당 보험료가 큰 종신보험을 축으로 건강보험을 덧붙이는 방식이 소득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