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법인보험대리점(GA)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동시에 종신보험 중심 전략이 현장의 불건전 영업과 결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경영인정기보험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난달 GA시장 추산 실적(월초보험료 기준)은 4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신한라이프(87억원), 한화생명(70억원)에 이어 3위다.

교보생명의 GA 매출 실적을 견인한 것은 종신보험이다. 전체 판매 비중의 84%(38억원)을 차지했다. 건강보험은 5%(2억원) 수준에 그쳤다.

[사진=교보생명]

종신보험 쏠림은 경쟁사들과 뚜렷이 대비됐다. 주요 생보사들은 건강보험을 일정 비중으로 유지하며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적에서 건강보험 비중은 삼성생명 47%, 동양생명 38%, ABL생명 26%, 신한라이프 24%, 한화생명·KB라이프 각각 16% 등이다.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GA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전속채널 중심의 영업 조직을 운용하며 GA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이에 최근 GA 실적 급증이 이례적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영업 기반이 넓어졌다는 측면에서 환영 기류도 감지된다.

동시에 종신보험 편중 판매가 과거 경영인정기보험에서의 불법·불건전 영업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700종신’으로 불리는 상품이 도마 위에 오른다.

700종신은 20년 납입 조건에 가입 후 7년이 지나면 해약환급금이 납입 원금을 초과하는 체증형 종신보험을 통칭한다. ‘7년 시점에 원금의 100% 회수’란 구조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가령 월보험료 20만원으로 가입시 7년 시점 해지시 1680만원을 돌려받는 식이다. 교보생명의 ‘교보밸류업종신보험’이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구조가 현장에서 컴슈랑스형 영업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인 대표의 자녀 등 특수관계인을 설계사로 등록하고 법인을 계약자·수익자로, 법인 대표를 피보험자로 보험을 모집해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과거 경영인정기보험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성행하며 과도한 특별이익(리베이트) 제공과 불완전판매 등 불법·불건전 영업의 온상으로 지적됐다. 금융당국과 세무당국의 조사 이후 경영인정기보험에서 이탈한 수요가 700종신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상당수 현장에서는 교보생명의 700종신을 이용해 유사한 방식의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보험료 1000만원 기준, 고객에게 약 1억4000만원이 지급되고, 설계사는 2000만~3000만원의 수익을 챙기는 구조란 설명이다. 고객과 설계사가 특수관계자라면 사실상 모든 수익을 독점하는 셈이다.

한 GA 대표는 “최근 교보생명의 700종신을 중심으로 컴슈랑스 형태의 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계약은 4년 납입 후 적립금에서 약관대출로 유지하다가 3년 뒤 해지하는 컨셉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 GA 지점장은 “700종신 상당수가 불법 리베이트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인식이 현장에 퍼져 있다”며 “과거 경영인정기보험을 대체해 시장 질서를 흔드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 자금을 손쉽게 사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유지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포트는 교보생명에 이러한 현장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지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교보생명의 경영인정기보험 환급률도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교보경영인정기보험(10% 체증형, 보험가입금액 1억원, 여자 40세, 90세 만기 기준)의 경우 5년 시점 해약환급률이 85.0%로, 동일 조건의 신한라이프(78.3%), 한화생명(78.7%)를 크게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