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이 인수 기준을 대폭 완화하며 손해율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술비 담보 경쟁력이 떨어지자 시장 점유율 하락 방어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다. 막대한 예실차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가 여전히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이달 ‘간병인사용일당’과 ‘질병수술비’ 담보 가입시 적용해오던 보험료 연계조건을 폐지했다. 연계조건 해제 대상은 건강할때가입하는행복플러스종합보험, 참좋은행복더블플러스종합보험, 참좋은훼밀리더블플러스종합보험, 참좋은더보장간병보험, 나에게맞춘더좋은초경증간편보험 등 다수의 상품이다.
그간 DB손보는 해당 담보들에 보험료 점유비 70% 조건을 적용해왔다. 가령 질병수술비군 전체 보험료가 7만원이라면 나머지 3만원어치를 다른 담보로 채워야 가입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연계조건은 손해율이 높은 고위험 담보와 손해율 낮은 담보를 의무적으로 묶어 전체 상품의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활용돼왔다.
이번 인수 기준 완화로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다른 담보를 의무적으로 넣지 않아도 프리패스로 가입이 가능해졌다. 종합·간편보험은 총 보험료 10만원 이상, 아이러브와 청춘어람 등 특정 상품은 총 보험료 7만원 이상이면 프리패스 적용 대상이 된다.
또 상해사망 남 1억원·여 1억5000만원, 혈전용해치료비(연간 1회 한도) 1500만원, 전신마취수술비(6시간 이상) 1000만원, 통합전이암진단비 500만원, 폐렴진단비 150만원 등 5개 담보 중 1개 이상만 가입하면 동일하게 프리패스가 적용된다.
문제는 이러한 인수 완화 조치가 회사의 현 재무여건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DB손보는 올 3분기 별도 기준 장기보험에서 약 2200억원의 예실차 손실을 기록하며 보험손익이 전년 대비 47% 급감했다. [관련기사: DB손보, 3분기 실적 쇼크...2178억 예실차 폭탄 "보험손익 반토막"]
예실차 손실은 2317억원 규모의 발생사고요소 조정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발생사고요소 조정은 당기 이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와 관련해 부채로 인식한 금액의 추정치를 다시 반영하는 회계처리다. 이는 손해율 등 계리가정이 당초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거나, 특정 상품에서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 지급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이미 예실차 관리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연계조건 해제가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손해율 악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타사까지 인수 완화 경쟁에 가세할 경우 손보시장 전반의 위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업계가 경계하는 대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DB손보가 연계조건을 해제한 배경에는 최근 보험료 인상으로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며 점유율이 밀린 상황이 있다”며 “손해율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점유율 회복을 우선순위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특정 담보로 가입이 쏠리면 손해율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우량 담보를 추가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방어하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기준 완화 조치가 이달 이후에도 지속되면 회사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DB손보 관계자는 “당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중심에 둔 인수심사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권익을 고려한 판매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손해율 급등이나 특정 담보의 역선택 우려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