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생명의 보험금 현장심사 안내문에 의료자문 동의를 암시하는 문구가 삽입되면서 적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안내 목적의 문구가 사실상 동의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자문에 대한 소비자 경계가 높은 상황에서 절차 혼선과 오남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생명은 보험금 현장심사 절차 안내문에 의료자문 동의를 구하는 취지의 문구를 삽입해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른 위탁손해사정업체들의 현장심사 안내문에는 해당 문구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DB생명은 TSA손해사정에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사진=TSA손해사정(좌)과 파란손해사정(우)의 보험금 현장심사 절차 안내]
TSA손해사정 서류에는 '상기 규정에 의거 종합병원에 소속된 제3의 회사에게 의료자문 시행하는 사실에 대하여 동의하십니까?'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쟁점은 의료자문 동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차다.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실시할 경우 의뢰 사유와 의뢰 내용, 의료자문 시 제공되는 자료의 내역 등을 보험계약자 등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절차는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의료자문 내부통제기준에도 규정돼 있다. 현장심사 안내문에 문구를 삽입하는 방식으로는 동의를 대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금융당국도 같은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금 현장심사 절차 안내문에 기재된 문구로 의료자문 동의를 갈음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의료자문을 실시하는 경우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한 설명의무를 고객에게 정확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소비자로서는 오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안내문에 포함된 문구를 의료자문에 대한 포괄적 동의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추후 실제 의료자문이 필요해진 단계에서 해당 서명이 근거처럼 활용되며 동의를 전제한 설명이 이뤄지거나 추가 동의가 관행처럼 요구되는 등 심리적·절차적 압박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해사정업계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분위기다. 법적 효력이 없는 문구로 소비자 오해를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해당 문구를 근거로 이미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설명이 이뤄질 수 있다”며 “가뜩이나 논란이 많은 의료자문 절차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탁손해사정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부분의 손해사정업체가 해당 문구가 삭제된 양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심사 과정에서 사용하는 서식은 조사자 개인 판단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통상 보험사의 사전 확인을 거쳐 사용되는 만큼 보험사 역시 해당 문구 사용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TSA손해사정은 포괄적 안내 차원의 문구였다는 입장이다.
TSA손해사정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의료 감정이나 동시 감정이 포함될 수 있어 향후 진행 가능한 절차를 포괄적으로 안내한 것”이라며 “의료자문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고객에게 별도로 설명하고 별도 양식을 통해 동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자문은 분쟁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고에서 보험금 지급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절차다. 다만 보험사에 편향된 자문이 반복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며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이 심화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의료자문 과정 전반에 걸쳐 단계별 절차와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뉴스포트는 DB생명 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