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의 새 항로를 책임질 선장이 사실상 확정됐다. 차기 대표이사로 김병철 수석부사장이 내정,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출항이 임박했다는 평가다. 자본 확충과 조직 정비를 거친 KDB생명이 이번 항해를 계기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다음달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병철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김 내정자는 정식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다. 사실상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김 부사장을 차기 수장으로 낙점한 인사로 풀이된다. 내부 쇄신과 경영 기조 전환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평가다.

[사진=KDB생명]

김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2월 KDB생명에 합류한 이후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고, 전략기획과 상품, 마케팅, 경영지원, 자산운용 등 경영 전반을 재점검해왔다. 핵심 인력을 보강하며 조직을 재편했고, 장기간 매각 국면에서 누적된 내부 피로를 완화하는 데 주력했다. 또 임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실행 중심의 업무 체계를 정착시키려는 시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임직원에게 공유한 신년사에서도 김 부사장은 경영 정상화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보험계약마진(CSM)을 실질 수익성의 핵심 지표로 설정하고, 영업 방식 개선과 상품 차별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단기 실적보다는 구조적 수익성 회복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란 해석이다.

업무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유했다. 김 부사장은 구성원의 능동적 업무 수행과 자기주도 성장을 강조하며, 인공지능(AI)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경쟁력으로 내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사고에 AI 활용 역량을 결합해 업무 효율성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KDB생명은 지난해 무상감자를 단행한 뒤 50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대상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자본잠식 해소와 지급여력비율(K-ICS) 개선이 목적이다. 조달 자금은 국공채와 대출채권 등 안정적 운용 자산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는 과거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성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부 출신 수장이 증자 이후에도 뚜렷한 정상화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전례와 달리, 보험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현장 경험을 갖춘 인물에게 전권을 맡기겠다는 산업은행의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푸르덴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ING생명,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에서 20년 이상 영업과 조직 운영 경험을 쌓았다. 현장 영업을 오랜 시간 경험한 이력은 보험 본연의 가치에 기반한 장기 전략 수립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번 인사는 김 수석부사장에게도 적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영업통’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자본 관리와 리스크 통제,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요구받는 경영 과제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화된 국내 보험 시장에서 당면한 과제를 풀고, 실제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김 내정자에게 주어진 첫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