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동차보험료가 동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험료 인상 논의에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내년 6월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변수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보험료 조정보다는 동결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손해보험사들의 수익성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대형 손해보험사 5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모두 악화됐다. 누계 손해율은 ▲삼성화재 85.8% ▲현대해상 85.9% ▲DB손해보험 84.7% ▲KB손해보험 85.4% ▲메리츠화재 84.2%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5%p 상승했다. 사업비율을 포함한 합산비율은 100%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오픈AI]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로 갱신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보험료배분접근법을 적용해 장기보험과 달리 보험계약마진(CSM)이 산출되지 않는다. 수취한 보험료를 기간 경과에 따라 1년 동안 안분해 수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당기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 계절적 요인으로 4분기 손해율이 더 악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약 6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대형사 중에서는 DB손보만 근소한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자동차보험료 조정 논의는 통상 연말에 시작돼 이듬해 초에 결론이 난다. 책임 개시 시점 등 여러 요소가 맞물리기 때문에 조정 시점이 크게 변동되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보험료 인상 여부가 시장 자율보다는 정치적·제도적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 표면상 보험사들이 보험개발원의 요율 검증을 거쳐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결정할 수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와의 비공식 협의가 관행처럼 작용한다. 자동차보험료가 물가지수에 포함돼 각계가 주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는 특성상 가격 민감도가 높다. 경쟁사와의 관계 속에서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필수적이다.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제 보험료 반영까지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 지금 논의가 시작돼도 내년 3~4월에야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서민 부담이 큰 보험료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4년 연속 보험료 인하로 인상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자 물가지수에 반영돼 있어 보험사 자율 결정만으로 인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내년 보험료 인상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서민 우선을 표방하는 정부가 집권한 만큼 동결 가능성이 크다”며 “본격적인 인상 논의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