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과 경력 설계사의 정착지원금을 구분, 공시하는 제도 개편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식을 바꾸면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착지원금은 보험대리점이 다른 회사 소속 설계사를 영입할 때 지급하는 일종의 스카우트 비용을 말한다.
27일 한국보험대리점협회(보험GA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신입과 경력 설계사의 정착지원금 항목을 이미 구분해 놓은 상태다. GA들은 내부적으로 신입·경력 지원금을 구분해 입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외부 공시는 여전히 총액만 공개돼 내부 입력 방식과 외부 공시 간 과도기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협회는 외부 공시에까지 변경된 양식을 적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험 GA협회 관계자는 “신입과 경력 설계사로 구분해 입력하도록 항목을 이미 마련해 뒀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총액만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입 설계사 비중이 큰 GA에서 신입 정착지원금이 ‘0원’으로 입력되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내부 입력 과정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데이터를 그대로 공시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험GA협회는 신입과 경력 설계사의 정착지원금 성격이 다른데도 한 항목으로 묶여 공시되는 현행 방식이 GA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신입 설계사 육성에 비용을 투입하는 GA들이 과도한 스카우트 비용을 지출하는 것처럼 오해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신입 교육과 정착에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정착지원금으로 합산, 공시돼 경력 설계사 유치에 과도한 금액을 쓴다는 왜곡된 해석을 받아왔다.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은 지난해 7월 제정돼 9월부터 시행됐다. GA업계 내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비용 부담과 부당승환 계약 등 불건전영업 행태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정착지원금 공시 변경은 모범규준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개정에는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다만 당국은 시행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잦은 변경을 시도할 경우 공시의 비교 가능성이 낮아지고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입과 경력 설계사의 지원금을 구분할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공시가 시행된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식을 자주 바꾸면 비교 가능성이 떨어져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현 체계를 우선 유지하고 내년에 변경 작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A업계는 구분 공시가 정착지원금의 성격을 명확히 전달하고 신입 육성에 대한 오해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내년 정착지원금을 1200%룰에 포함하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형 GA를 중심으로 스카우트 경쟁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행 총액 공시만으로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