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영업·재무의 기초 체력을 재정비하는 작업을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실무 중심의 경영 환경을 강조하며 두 회사의 자율적 혁신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내부 변화의 동력이 한층 선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동시 진행해온 ‘영업경쟁력강화TF’와 ‘재무진단TF’가 내달 초 최종 정리를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 TF는 우리금융그룹 편입 후 처음으로 시행된 전면 실사 성격의 프로젝트다. 사업 모델과 재무 구조의 기초 체력을 점검하고 재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영업경쟁력강화TF는 판매채널과 상품전략 재편에 주력했다. 전속·GA·방카 등 채널 전반에서 누적된 비효율을 점검하고 채널별 경쟁력을 기준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배치했다. 방카에서 보장성 상품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GA에서 손해율 높은 상품을 정비하는 등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조정 작업도 진행됐다.
영업경쟁력강화TF는 ABL생명의 곽희필 대표와 이성원 부사장이 이끌었다. 두 사람은 과거 신한라이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다양한 판매채널을 경험하고 경영 전반을 아우른 이력이 있다. 실무 중심 판단이 TF의 속도와 정밀도를 높인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재무진단TF는 양사의 이익 체력을 현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매각 과정에서 일부 재무지표가 과대계상됐다는 판단 아래 치매와 건강보험 등 주요 상품의 손해율과 해지율이 다시 산출됐다. 단기적으로 실적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재무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 작업은 동양생명의 문희창 최고재무책임자(CFO)와 ABL생명의 지성원 CFO가 주도했다. 두 사람 모두 안진회계법인 출신으로 재무 분석 실무 역량을 기반으로 정밀한 진단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TF 추진 과정에서 관행과 충돌하는 지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임종룡 회장이 그룹 차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영진 판단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작업은 큰 흔들림 없이 진행됐다는 평가다. 임 회장은 ‘보험은 보험인들에게’라는 기조 아래 실무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러한 지원 기조가 두 회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TF는 지난달 말 임 회장에게 중간 결과를 보고하며 향후 방향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양사의 통합 가능성이 언급됐으나 정상화 작업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과 동양생명의 상장사 지위 등이 고려돼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업과 재무 구조가 정돈되면 중장기적으로 통합 논의가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두 보험사가 연말까지 현실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갈 것”이라며 “단기 실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장기 수익 기반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작업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