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국민성장펀드에 투자할 때 적용되는 위험계수가 실질에 맞게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자본규제 합리화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면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와도 맞물려 보험업권의 장기 운용 전략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업계는 매주 ‘보험업권 자본규제 합리화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발표된 보험업권 자본규제 개선 방안 이후 실질적 개선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미지=챗GPT]

논의의 핵심은 국민성장펀드 참여시 보험사에 적용되는 위험도를 현실에 맞게 낮추는 방안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산업은행 출연과 정부재정 후순위 보강 등으로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구조다. 정책펀드 특성상 위험이 경감되는 점을 반영해 불합리한 요구자본 증가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유럽 솔벤시2 개정안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제기돼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국민성장펀드는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며 공공기금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을 합쳐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집중 지원한다. 위험계수 조정으로 보험사의 주식위험액이 줄면 동일 지분투자라도 요구자본이 감소하고 지급여력비율 하락폭이 완화된다. 그간 국채 중심으로 운용해온 보험사들이 첨단산업으로 투자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논의는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금융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가계대출·부동산 중심의 비생산적 자금 운용에서 벗어나 기업 투자, 벤처 육성, 첨단산업 지원 등 성장 부문에 기여하는 금융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위험계수 현실화는 보험사 자본규제와 장기 운용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실제 위험도를 반영한 규제 손질이 이뤄지면 첨단산업 육성 정책과 업계 운용 전략이 맞물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시중금리가 소폭 올랐지만 새로 도입될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규제 부담까지 고려하면 보험사들의 자본 상황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는 시각이다.

한편 TF는 펀드 투자시 실제 투자 자산을 분해해 위험액을 측정하는 편입자산분해도 정교화할 계획이다. 가령 기존처럼 모든 레버리지펀드에 일괄적으로 높은 위험계수를 적용하는 대신 실제 레버리지 비율을 반영하도록 산출 대상과 기준을 개선한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측면에서도 논의가 이어진다. 인프라 펀드처럼 현금흐름이 일정한 자산에 투자할 경우 자산 스프레드를 부채 할인율에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스프레드를 할인율에 가산하면 부채 평가액이 줄어 장기 투자 매력이 강화된다. 이에 국채 중심이던 보험사 투자 포트폴리오가 인프라 등 장기 자산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