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손해율 악화...거짓 비급여 정보 제공한 심평원 '책임'

전국 의료기관만 7만2000개, 신고된 정보와 실제 간 '괴리' 커
보험금 누수 막으려면...투명·정확한 정보 공개부터

여지훈 승인 2023.06.08 14:24 | 최종 수정 2023.06.08 14:26 의견 0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평원에서 제공하는 비급여 정보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탓이다.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을 위해선 사실과 동떨어진 비급여 정보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심평원 비급여진료비정보 및 전화취재 내용을 취합한 결과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 의료비는 같은 규모 의료기관 내에서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 지역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30분간 도수치료를 받을 시 비용은 5만~20만원. 치료 부위, 유형, 프로그램 구성요소 등이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 차이도 컸다. 제주시 한 병원에서는 30분간 도수치료 비용이 1만원에 불과했다.

도수치료는 손으로 마사지해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물리치료 방법으로 2019~2021년 동안 비급여 항목 중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자리를 지켰다. 2021년 통원 비급여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실손보험금 지급 기준)도 32.7%에 달했다. 2위인 체외충격파치료(13.4%)와 현격한 차이다.

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항목을 말한다. 국가가 아닌 병원이 임의로 의료비를 정한다. 이에 의료기관별 비용이 제각각이다.

비급여에 대한 통제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비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실손보험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심평원이 제공하는 비급여 정보의 신뢰성이 크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진료비 심사와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업무를 위탁받은 준정부기관이다.

현재 심평원 사이트에서는 비급여진료비 정보를 지역별‧의료기관 규모별로 검색할 수 있다.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와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 취지가 무색하게도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2(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비급여 대상 항목과 가격을 적은 책자 등을 접수창구 등 환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갖춰야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한다면 이를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도록 홈페이지에 별도로 표시해야 한다.

복수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많은 병원이 비급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병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찾기 어려운 위치에 첨부파일로만 게시하거나 심평원 사이트에는 게재된 항목이 홈페이지상에서는 누락된 곳도 있었다. 두 사이트 간 비급여 진료비용이 상이한 곳도 있었다.

문제를 키우는 건 두 사이트에 게재된 진료비 모두 실제 비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도수치료와 관련해 다수의 병원에 문의한 결과 심평원 사이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현격히 다른 진료비를 언급한 곳이 부지기수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의 과도한 가격 책정이야말로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이라며 "이는 보험사뿐 아니라 환자,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안정성까지 위협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기관에 의한 자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통제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서는 정보 공시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 의원급 모두 연 1회 진료비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신고 후 비용을 변경했다면 이를 수정해 반영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은 병원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시인했다.

이어 "수시점검을 통해 미신고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병원 적발시 재신고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면서 "원격 지원, 외부업체 지원까지 시행 중이지만 병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반영이 늦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의료기관(약국, 보건소 제외)은 총 7만2000여개다. 이 와중에 같은 의료기관에서조차 인력, 장비, 시설 등에 따른 가격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전부 확인하기는 역부족이란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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