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4번 수술하면 과잉치료?...법원 "NO"

김승동 승인 2023.05.31 11:45 | 최종 수정 2023.06.01 08:32 의견 0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질병 등으로 수술을 받을 때가 있다. 이때를 대비해 수술비 보험에 가입한다. 수술비 보험은 수술을 받은 후 보험금을 청구, 수령할 수 있다.

보험사는 수술치료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을 때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다. 수술치료의 필요성은 치료의 목적으로 시행된 수술이라는 의미다. 수술치료의 상당성은 치료횟수나 치료방법 등이 환자의 증상과 그 정도 그리고 환자의 신체 상태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는 뜻이다. 수술치료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과잉치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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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치료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약관의 ‘수술의 정의’ 항목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수술이란 병원 또는 의원의 의사, 치과의사의 자격을 가진 자에 의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로서 자택 등에서 치료가 곤란하여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관리하에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의료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절단(특정 부위를 잘라내는 것), 절제(특정 부위를 잘라 없애는 것)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을 말하며, 흡인(주사기 등으로 빨아들이는 것), 천자(바늘 또는 관을 꽂아 체액·조직을 뽑아내거나 약물을 주입하는 것) 등의 조치 및 신경의 차단은 위 수술에서 제외한다.”

치료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문제가 된 사안으로 ‘이소성 몽고반점’에 관한 수원지방법원(2017가합15471) 판결을 소개해 본다.

피보험자는 출생 당시부터 팔목 등 몸 전체에 다수의 반점이 나타났고, 병원에서 위 반점 중 상당수가 이소성몽고반점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보험자는 위 병원에서 64회에 걸쳐 레이저를 이용하여 진피에 남아 있는 멜라닌색소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의 레이저치료를 받았다.

위 사안에서 보험회사는 “①이소성 몽고반점은 그대로 신체에 남는 경우에도 건강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이 사건 레이저치료는 치료목적의 수술이 아닌, 미용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 ②이 사건 레이저치료는 생체에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이 아니므로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 ③64회에 걸친 치료는 과다한 치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첫 번째 쟁점은 치료의 필요성 여부이다. 치료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의학적 소견에 달려 있다. 이소성몽고반점은 멜라닌색소세포가 태아기 때 진피와 표피 경계부로 정상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진피에 남아 발생한다. 태아의 발생과정에서 정상적인 멜라닌색소세포의 이동 과정의 이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이다. 이소성몽고반점을 치료하지 않으면 지능이 떨어지고 난청이 생기며, 별다른 이유 없이 뼈가 부러지기도 하는 등의 헌터증후군 등의 대사성 질환을 동반할 수 있다. 위 판결례는 이 사건 레이저치료는 치료목적으로 시행되었다고 보았다.

두 번째 쟁점은 치료의 상당성 중 절단, 절제 등 수술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위 판결례는, 이 사건 레이저치료는 레이저 발사라는 물리적 방법으로 생체에 조작을 가하여 멜라닌색소세포를 파괴하여 없애는 것으로서 절제와 유사하다고 보아 약관상의 수술에 해당한다고 했다.

세 번째 쟁점은 치료의 상당성 중 치료횟수가 적정한지 여부이다. 이소성몽고반점 치료의 경우 보통 수십 차례 장기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 일반적 기준이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64회 치료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과잉(과다)치료라고 볼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증상에 비추어 레이저치료를 64회나 받을 필요가 없음에도 레이저치료를 그렇게나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질병의 특성에 따라 치료의 기간은 달라진다.

결국 치료횟수가 많다고 과잉치료는 아니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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