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울증에 극단 선택...사망보험금 받는 조건은

사고 이전 지속적인 증상 있어야...우발적 선택은 보험금 지급

김승동 승인 2023.03.31 07:45 의견 0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은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보통이다. 즉 자살의 경우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다만 보험가입자(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자살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다. 대법원(2015다5378)은 “그러한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극단적 선택은 일반사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가 우발적인 것인지 아니면 고의적인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사망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쟁점이다. 우발적 사고로 인정 받으려면(보험금을 받으려면) 시기적으로 ▲사고 이전 망인의 상태와 ▲사고 당시 망인의 상태를 각각 나누어 봐야 한다.

사고 이전 망인의 상태가 정상적인 범주에 속해 있지 않아야 한다. 즉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저하되는 정도의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의 인지기능 이상 증상이 존재’해야 한다.

자살 당시 우울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힘들어도 제정신으로 버텨왔던 사람이 갑자기 자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중증의 인지기능 이상증상이 없으면 우발적 사고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이전부터 지속적인 인지기능 이상증상이 지속돼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로 사망보험금 지급 여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군인 A씨는 화장실 내 수건걸이에 스마트폰 충전케이블로 목을 매고 사망했다. 이 사건을 두고 서울중앙지방법원(2020가단5222668)은 고의사고로 보고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즉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서울지법은 “사고 발생 이틀 전에 A씨가 상당량의 음주를 했고 박격포반장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숙소로 돌아간 것은 인정되지만, 망인 A씨는 이전 정신질환을 이유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고의사고로 본 이유로 꼽았다.

반대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다.

군인 B씨는 입대 이후 부대원들의 지속적인 질책과 놀림, 따돌림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던 중 정서장애가 동반된 적응장애, 해리(전환)장애 등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자살 충동 및 우울증상 악화 등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대구지방법원(2021가단13544)은 “망인 B씨가 입대 전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없고 병무청 신체검사에서도 모두 정상이었다”며 “부대 내에서 질책, 폭언, 놀림, 따돌림, 갈굼 등으로 인하여 정신질환 발병 및 악화되었음이 인정되고, 부대 내에서도 망인 B씨를 관심대상으로 관리·감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 B씨는 고의적인 자살이라기보다는 망인이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 우발적 사고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요컨대 사망보험금을 받는 조건인 우발적 사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고 당시까지 망인의 상태가 중증의 인지기능 이상 증상이 지속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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