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 상품설명 제대로 안 했다면...통지의무 위반에도 보험금 지급해야

김승동 승인 2023.03.10 10:12 | 최종 수정 2023.03.23 10:24 의견 0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 A씨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화물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노동능력상실률 100%, 일을 할 수 없다는 영구장해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보험사에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보험에 가입 한 후 오토바이를 지속적으로 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계약도 해지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 가입자가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의무보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해당 상품 약관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보험 약관에는 ‘보험계약 체결 후 보험기간 중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이를 지체없이 보험사에 알려야 하고, 알릴 의무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행하지 않으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면책을 주장했다.

반면 A씨는 보험 가입 당시 이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보험사가 해당 내용을 설명했더라면, 오토바이를 탄다는 사실을 알렸을 것이라는 의미다.

쟁점은 가입자의 통지의무가 더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보험사의 설명의무가 더 중요한 것인지다.

법원은 “이륜자동차 운전이 객관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은 일반인도 인식하고 있으나, 그러한 인식을 넘어서서 상해보험의 가입 여부나 보험계약 조건을 변경시키는 사유에 해당하여 통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거나 이를 게을리할 경우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는 사정은 보험자 측의 설명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보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통지의무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법원은 “이 사건 보험 약관상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자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라는 규정은 보험자 측의 설명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거나 단순히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그에 관한 보험자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가입자는 본인의 상황을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 이를 통지(고지)의무라고 한다. 그러나 통지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데 통지할 수는 없다. 이에 보험사는 통지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지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세히 설명돼야 한다.

오토바이 운행이 자동차 운행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해지된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항변은 충분히 타당하다.

보험은 정보상품이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 정보비대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보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그 정보에 관한 설명은 매우 구체적으로 자세해야 한다.

보험 상품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약관 내용과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가입자에 대해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즉 보험 전문가가 아닌 일반 가입자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가입자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것이라면 통지의무보다 설명의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