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설계사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그럼에도 현재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삼서오하재는 설계사 중심으로 노조가 설립되어 있다. 근로자가 아님에도 노조 설립이 가능한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노법)에서 ‘근로자’는 그 개념이 다르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테면 회사에 취직한 사람으로서 취업근로자를 말한다. 반면 노노법은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정의한다. 직장에 취업하지 않아도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노법상 근로자의 차이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용자에게 근로 제공 방식(취업방식)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임금에 한정하지 않고 그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도 포함한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모두 경제적 종속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대법원의 입장은 그 동안 변해왔다.
과거 판례는 “노노법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과 노노법상 근로자 개념을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대판 90누1731 판결).
최근에는 근로자 개념을 노노법 및 근로기준법에 따라 서로 구분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들 사안에서, “근로기준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의 관리·감독에 의한 직접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개별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봤다. 반면 노노법은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등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그 입법목적에 따라 근로자의 개념을 상이하게 정의하고 있다”고 보았다(대판 2001두8568).
보험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종속되었다고 판시한 학습지교사 사안에서 노노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① 업무 내용, 업무 준비 및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학습지교사들이 겸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여, 회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학습지 교사들의 주된 소득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회사는 불특정다수의 학습지교사들을 상대로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으로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보수를 비롯하여 위탁사업계약의 주요 내용이 회사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③ 학습지교사들이 제공한 노무는 회사의 학습지 관련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것이었고, 학습지교사들은 회사의 사업을 통해 학습지 개발 및 학습지회원에 대한 관리·교육 등에 관한 시장에 접근하였다.
④ 학습지교사들은 회사와 일반적으로 1년 단위로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기간을 자동연장하여 왔으므로 그 위탁사업계약관계는 지속적이었고, 회사에게 상당한 정도로 전속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험설계사도 학습지 교사와 다르지 않다.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서 회사에게 노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과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등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보험설계사는 노노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 것은 분명하다. 향후 설계사노조의 단체교섭 진행과정이 주목된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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