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 A씨는 뇌종양 수술을 받고 5회에 걸쳐 이뮨셀LC주사제(이뮨셀)를 투여 받았다. 이후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뮨셀은 간암 치료제이기 때문에 뇌종양 수술을 한 A씨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특정 목적으로 개발된 약제가 다른 치료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 이뮨셀도 그런 약제 중 하나다. 이뮨셀은 국민건강보험법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간암 치료 효능을 인정 받았다. 즉 간암 치료제라는 의미다. 그런데 뇌종양에도 효과가 있다고 임상의들은 인정하고 있다. 이에 A씨의 주치의도 뇌종양 수술에 이뮨셀을 투여한 것이다.
반면 보험사는 실손보험 약관에 따라 보상한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법의 급여·비급여를 보상하는데, 비급여는 법정비급여에 한정된다. A씨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정한 효능인 간암 치료가 아닌 뇌종양 치료를 위해 이뮨셀을 투여했다. 이뮨셀은 뇌종양 치료제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 아니다. 이에 보험사는 법정비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이 분쟁은 법정으로 번졌다. 법원(서울지법 2018나32677)은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약관의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비급여 부분'이란, '약제 항목'에 관하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2항 제2호, 제41조의3에 따라 요양급여대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여 고시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약제라고 봄이 타당하다.
②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른 '약제 이외의 항목'인 진료행위 중에서, 국민건강보험법령이 정한 '법정 비급여'에 해당하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령의 틀 밖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서 요양기관과 가입자 등의 사적자치에 맡겨진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약제 항목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2항 제2호, 제41조의3에 따라 요양급여대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여 고시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약제의 경우는 법령상 이미 국민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재원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기하려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이를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한 '비급여'에서 제외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③ 이뮨셀이 뇌종양에 관하여는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받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뇌종양 환자에 대한 위 주사 사용이 '치료행위'의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이상 이는 요양기관과 환자 사이의 사적자치에 맡겨진 영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사적 자치에 맡겨진 영역이라면,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를 따로 정하는 것도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연히 가능하다고 할 것인데, 해당 약관 특약에서는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 정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④ 이뮨셀은 의약품 종류 중 항악성종양제, 즉 항암제에 해당하고, 최근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뇌종양, 췌장암 희귀의약품 지정 승인을 받았으며, 여러 의학연구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여 위 주사가 간암 뿐만 아니라 뇌종양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에서 항암효과가 있음이 규명되어 실제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암의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서울지법의 판례는 요양급여대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여 고시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약제를 ‘법정 비급여’로 보면서도 법령에서 별도로 '법정 비급여'에 해당하는 약제를 따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사적자치에 맡겨진 영역으로 보아 치료행위의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다면 치료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해당 판례는 건강보험법령상 법정비급여에 해당하는 약제와 관련하여 그 사적자치의 한계규정이 존재한다는 점이 간과되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2] 8호는 “약사법령에 따라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범위를 벗어나 약제를 처방·투약하려는 자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절차에 따라 의학적 근거 등을 입증하여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법정비급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뮨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절차, 즉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를 밟지 않고 그 허가범위를 벗어나 치료제로 사용된 셈이다.
’치료행위‘의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더라도 고시에서 정한 절치를 밟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에 뇌종양 치료제로 이뮨셀을 사용한 것은 법정비급여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법정비급여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내 의견이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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