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실손의료보험과 관련 최근 쟁점의 핵심은 ‘본인부담금 상한제’, ‘위험분담금 환급금’이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해 가입자·피부양자에게 돌려준다. 수혜자와 지급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위험분담금 환급금은 환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의료비(약값 포함)를 지출할 경우 초과하는 의료비를 제약사가 부담하는 제도다. 신약 효과나 건강보험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사가 일부 분담하는 기능도 한다.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액에서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보험회사가 주장하고 있는 요지다. 각 환급금은 본인부담액을 감액하는 것이어서 이를 공제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중지급으로 인한 이득금지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실손의료보험이 손해보험이라고 전제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왜냐하면 손해보험은 손해의 회복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해의 회복을 넘어 이득을 취득하는 것에는 이득금지원칙이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손의료보험에는 과연 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되는 손해보험 상품이라고 보아야 할까.
이득금지원칙 적용 여부는 실손의료보험이 손해보험인지 아니면 인보험(생명보험)인지에 따라 그 입장이 갈린다.
손해보험이라는 견해에 의하면, 실제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으로 초과 이득을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실손의료보험도 상해·질병을 보장하는 상품이며 이는 상법상 인보험에 속해 있다. 다만 상해·질병보험은 정액보상형, 준정액보상형, 부정액보상형으로 구분된다. 실손의료보험이 부정액형 보상방식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손해보험적 성격이 있지만, 손해보험적 성격이 법적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당사자간에 별도의 약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는 실손의료보험에는 법률이나 약관의 명시적 규정없이 이득금지원칙이 곧바로 적용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① 보험업법 제2조는 보험상품을 생명보험상품, 손해보험상품, 제3보험상품으로 구분한다. 보험업법에서 사람의 질병·상해에 관한 것을 손해보험상품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② 상법 제727조 제1항은 “인보험계약의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관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보험계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피보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관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므로 인보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③ 보험금 지급 방식을 정액·준정액·부정액보상형 등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등은 보험계약으로 정한다. 인보험에 있어 부정액보상형의 경우에도 오직 법률이나 약관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경우에만(상법에서는 ‘보험계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라고 규정)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④ 약관의 명시적 규정 없이 손해보험의 이득금지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보험계약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상법 제663조(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는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특약으로도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약관에 명문의 규정도 없이 이득금지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더더욱 허용될 수 없다.
⑤ 실손의료보험에 대하여 당연히 손해보험규정이 준용되는 것이라면 상해보험의 생명보험 규정 준용(상법 제739조), 질병보험의 생명·상해보험 준용 규정(상법 제739조의 3) 등은 물론, 상해보험의 경우 제3자 대위가 불가하나 약정에 의해 가능하다는 규정(상법 제729조 단서) 등을 둘 이유가 없다.
이 외에도 과거 실손의료보험의 법적 성격과 관련하여 손해보험규정 준용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인보험성을 부정할 수 없어 법제화에 이르지 못하기도 했다.
보험은 약관 그 자체가 상품이다. 약관에 명시한대로 보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인부담상한 초과환급금’과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지급받은 환급금’에 대하여 보상하지 않는 사항으로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았다면 공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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