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운전기사가 사고 내면 손해배상 책임은 누가?

김승동 승인 2022.10.05 06:00 의견 0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 중소기업 대표인 A씨는 청소원 B씨에게 회사의 법인차량 운전석에 앉아 본인(A씨)의 말에 따라 변속기를 작동하라고 지시했다. 운전이 서툴렀던 B씨의 잘못된 조작으로 자동차가 급출발했고, A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A씨 유가족은 B씨에게 법적 책임을 물었다.

## 대기업 임원인 C씨를 위해 출퇴근시 회사 법인차량을 대신 운전하는 D씨는 급정거한 앞 차량을 보지 못해 충격했다. 이에 임원 C씨가 중상으로 입원했고, 결국 보직해임됐다. C씨는 D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다.

회사 임원의 전속 운전자 등 일부의 경우 타인을 위해 운전한다. 타인인 운행자를 위해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즉 운전자(driver)는 글자 그대로 운전을 한 사람이고, 운행자(operator)는 자동차를 사용·관리하는 자다. 자배법상 운전자는 운행자를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운전을 보조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한다. 보통은 자동차 소유자가 운행자이자 운전자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운행자와 운전자가 구분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운전자는 다른 사람, 즉 타인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운전자는 사고방지의무를 부담하는 위치에 있는 자’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위의 사례와 같다. 위 사례는 수원지방법원 84가합258 판결을 각색한 것으로, 수원지법은 A씨가 사고방지의무를 부담하는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자배법상 타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같은 맥락의 서울중앙지법 95가단86933 판결도 있다. 면허를 취득한 지 1개월의 운전미숙자인 동료에게 운전을 맡기고, 조수석에 탑승한 운행자는 타인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즉 직접 운전대를 잡지는 않았지만 사고의 책임이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에게도 있다는 의미다.

또 대법원(99다53827)은 면허가 없는 동료에게 사다리차를 작동하게 했다가 고가사다리에서 떨어진 운행자를 자배법상 타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고방지의무를 부담하는 운행자가 무면허 조수나 동료 등에게 차량을 작동하게 하는 것은 사고방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배상책임이 없는 타인으로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자배법의 기본적인 취지는 운행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에 대한 타인의 피해를 배상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운행자의 지시로 운전자가 자동차를 작동하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운행자를 타인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운전숙련자인 동료에게 운전대를 맡길 경우 운행자는 타인에 해당할까?

이와 관련해 대법원(89다카2070)은 운전숙련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자신은 조수석에 앉아 있던 것이라면 조수석에 앉은 운행자는 자배법상 타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판례는 택시회사의 동료에 의해 발생한 사고에 대한 것이다. 해당 택시회사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인사관리규정, 복무규정 등으로 대리운전을 금지한다. 그런데 동료에게 대리운전을 시킨 것. 이에 대해 대법원은 운전숙련자라면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을 운행자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비슷한 예가 또 있다. 2명이 장거리를 교대로 운전하는 경우다. 교대 운전자는 요청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직접 운전할 때를 대비해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해야 한다. 사고 당시 조수석에 앉아 잠을 자던 교대 운전자는 ‘타인’에 해당한다고 대법원(82다128)은 판단했다.

즉 자배법상 타인성은 그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핵심은 사고방지의무를 누가 부담하는 것인가에 따라 갈린다고 할 것이다. 다만, 운전자는 본인이 운전한 자동차에 대해서만 타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 뿐, 만약 상대방 차량과 사고가 난 것이라면 당연히 피해자로서의 타인성은 인정된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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