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전에 아프셨어요? 보험금 적게 드립니다...설명 안 하면 ‘무효’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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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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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예전에 다쳐서 후유장해가 발생한 부위를 또 다시 다쳐 후유장해가 심해졌다면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예전에 다치거나 아팠는데 완전히 낮지 않은 후유장해를 기왕증이라고 한다. 기왕증이 있는 분위를 다시 다쳐 장애가 더 악화됐다면? 보험에서는 기왕증만큼은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약관이 있다.
가령 과거 넘어져 경추 척추강의 협착 등의 기왕증이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다시 넘어져 경추 척추강의 협착이 심화되었다. 이 경우 과거 기왕증 기여도를 산출, 보험금을 산정한다. 쉽게 말해 예전에 아팠던 부분을 빼고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이번에 넘어져 발생한 사고로 보험금을 1000만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있던 기왕증의 기여도가 30%라면, 700만원만 지급한다는 의미다.
상해보험은 가입자(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외래의 사고 이외에 피보험자의 질병 기타 기왕증이 원인으로 다친 경우에도 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사망이나 후유장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즉 상해보험은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액보험이다. 과거 어떻게 아팠든 기왕증이 유무와 상관 없이 정액보험금을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
다만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질병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는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 등 보험약관에 기왕증 관련 감액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왕증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29917, 229924 판결).
이처럼 보험 약관에 기왕증과 관련 감액규정이 있는 경우 법리적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약관 작성자인 보험사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고객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는 기왕증 감액규정은 보험자의 책임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이므로 설명의무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보험약관에 감액규정이 있다면, 후유장해 보험금 산정시 기왕증 기여도를 반영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재체적인 견해다. 그러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상해보험은 정액보험에 해당하는데, 감액규정이 있으면 기왕증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
법원은 후유장해 보험금에서 기왕증에 해당하는 부분을 감액하는 것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에게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지 않았다. 또 이미 법령에서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고도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왕증 감액규정은 설명의무의 면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복해 말하자면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사항이다.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기왕증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면 보험사는 감액규정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기왕증 관련 감액규정은 당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 결과 감액하지 않은 정액보험금을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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