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산업의 핵심 대면채널, 허리가 끊어졌다!

김승동 승인 2022.07.21 10:25 | 최종 수정 2022.07.21 10:31 의견 0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보험산업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생명보험은 사망보장을 중심으로, 손해보험은 제3보험의 생존보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점령해왔다. 생명·손해보험 모두 피보험목적이 사람의 신체였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이 때문에 최근 보험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면, 빛 보다는 어둠이 가득하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쳐져 피보험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은 적금이나 펀드처럼 돈만 있다고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언더라이팅(인수 심사)으로 인해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좋지 않으면 가입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금융업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요층이 많아야 성장할 수 있는데 향후 피보험자의 증가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보험의 전통적인 판매채널인 대면채널은 견고하다. 약 40만명으로 추정되는 설계사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요가 축소된 상황에서도 공급망은 유지되는 것이다. 보험산업의 기초 체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러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문제가 발견된다. 대면채널의 근간인 지점단위 조직에 돋보기를 들이대면, 10년 이상 경력의 설계사와 3년 미만 신인 설계사로 양분된다. 5~7년차 설계사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신인설계사의 탈락이 누적된 결과다.

이처럼 대면조직의 허리가 취약한 문제점의 배경은 수요층의 축소 및 시장 포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년 전에 신인으로 보험영업을 시작한 설계사는 시대의 행운아였다. 보험가입률이 낮았다. 가입을 했더라도 사망보장 주계약 중심의 종신보험 또는 실손의료보험만 가입한 비율이 높았다.

암이나 심장 및 뇌혈관질환 진단비 등을 제안할 수 있는 피보험자가 많았다. 의지만 있다면 소개나 개척 등으로 가망고객을 확보하는 일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는 평가다. 대면조직의 관록 있는 설계사는 과거 확보한 고객을 바탕으로 지금도 생존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관리하는 고객이 많은 덕분이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가구당 보험가입률이 98%를 초과했다. 암보험만 2~3개 이상 가입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 인구는 약 5200만명이다. 이를 설계사 수인 40만명으로 나누면 설계사 1인당 담당할 수 있는 수요층은 약 130명 정도다. 하지만 관록있는 설계사는 보유 고객을 1000명 정도 확보하고 있다. 3년 미만 신인 설계사는 보유 고객이 50명도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며, 이 조차도 지인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5년 이상 생존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인구구조 변화의 직격탄을 맞아 보험 수요층은 급감하고 있으며, 이는 신인 설계사의 5년 이상 생존율을 낮췄다는 것이다. 보험사의 전속채널에서 설계사를 시작했더라도 고객 확보가 어려워 고객 개인정보(DB)를 제공하는 법인대리점(GA)로 이직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이직 후에도 생산성이 향상되는 비율이 낮다.

설계사도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이에 일정액 이상의 판매 수수료를 받아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등 인보험을 체결해야 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어렵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신인설계사가 3년을 채 버티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40만명 이라는 표면적인 규모 유지는 의미가 없다. 특히 MZ세대로 상징되는 미래의 주력고객은 사람을 마주하며 상담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에 신인설계사는 더 위태롭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줄어든 수요에 맞춰 주력 공급자인 대면채널도 비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설계사가 지금보다 줄어든다고 해도 살아남은 설계사의 소득이 높아질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대면 이외의 채널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며, 한정된 피보험자를 두고 채널 간 경쟁도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형적 규모에 집착하기보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내실을 다지는 조직, 그런 설계사만 생존할 수 있는 시기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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