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러워? 그럼 따라와!’ 한화생명GA가 이끄는 판매채널의 미래

김승동 승인 2022.06.17 10:01 의견 0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보험산업은 전속 설계사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과거 보험 가입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사의 기동력을 활용해 인맥에게 상품을 밀어내는 영업방식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과거 대비 전속설계사를 유지하는 비용이 높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등장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로 인해 제판분리(보험 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보험사 입장에서 제판분리는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계속보험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인건비를 일부 감축할 수 있는 반면 감축한 비용을 설계사 혜택으로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금소법에 대한 책임 일부를 회피할 수 있다. 제판분리한 자회사의 불완전판매로 발생한 불씨가 본사로 옮겨붙지 않을 수 있다.

한화생명이 빠르게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전속설계사 조직 및 영업지원 조직을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라는 자회사형GA로 물적분할 한 것이다.

시행 직후 노사문제는 물론 설계사 이탈 등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대면채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등록 설계사 수다. 제판분리 직전인 지난해 1분기 한화생명 전속설계사 조직 규모는 약 2만명이었다. 1년 후인 올해 1분기 한화생명 설계사(한화생명+한금서)의 조직 규모도 약 2만명이다. 큰 차이가 없다.

제판분리 과정에서 일부 이탈이 있었지만 빠르게 회복했음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경력 설계사 도입·증원에서 한금서의 매력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유를 살펴보면 기존 GA와의 차별성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소속 설계사에 대한 지원 능력이다.

대다수의 GA는 설계사와 관리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설계사가 일정 수 이상 조직을 갖추면 관리자 직책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관리자 직책을 얻은 후에도 영업과 조직관리를 병행한다. 하지만 영업과 조직관리는 완벽하게 다른 능력과 역할을 요구한다. 두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빠르게 조직을 증원했더라도 설계사 관리에 실패해 성장이 둔화되거나 역성장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영업지원인력까지 자회사로 분리한 경우 개별 설계사에 대한 지원과 관리 역량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점이 설계사에게 매력적으로 인식되어 한금서의 조직 이탈을 막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한다.

다음으로 수수료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수수료가 높다는 게 아닌 신뢰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기존 상당수의 GA는 수수료 구조가 불투명하다. SNS 등에서 ‘업계 최고’ 등의 수식어를 동원하며 설계사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범람한다. 최고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단 하나의 존재를 의미한다. 해당 단어의 범람 그 자체가 수수료의 불투명함을 상징한다.

중간유통업자가 많을수록 최종 소비자는 피해를 본다. 마찬가지로 중간 관리자가 많을수록 실제 영업을 하는 설계사의 수수료는 줄어든다. 반면 정규직 관리자를 두거나 중간 관리자가 적다면 개별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는 많아진다. 유통에서 직거래와 같다.

이 점에서 기존 브랜드를 유지한 채 제판분리한 한금서는 수수료 구조가 투명하며, 중간 관리자가 없는 조직 구조는 경력 설계사에게 신뢰를 주기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한화생명의 영업교육 지원을 그대로 한금서에 이식했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GA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한다. 교육으로 포장한 상품 광고에 치중한다. 반면 한금서는 기존 한화생명의 영업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했다. 체계적인 육성과 코칭이 진행된다. 여기에 전속판매채널에서 벗어나 생명보험 상품과 함께 손해보험 상품도 판매가 가능하다.

업계 2위 규모 한화생명의 성공적인 제판분리 결과는 다른 보험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나아가 기존 대면채널 자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우선 보험사들이 꼭 움켜쥐고 있던 전속설계사 조직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제판분리 성공사례가 존재한다면 의사결정이 쉽기 때문이다. 기존 GA의 후퇴도 예상된다. 현재 대형GA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설계사를 육성해 성장하는 것 대신, 전속설계사를 흡수하면서 성장했다. 경력설계사 리크루팅 시장에서 한금서 등 자회사형GA의 경쟁력이 우수하다. 이에 기존 GA가 교육 시스템 등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모집수수료만 받는 현실에서 이 같은 투자는 요원해보인다.

아직 제판분리가 시작된 초기다. 이에 제판분리한 자회사형GA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쉽게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이런 움직임을 계시로 오랜 시간 정체돼 있던 대면채널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장은 냉정하다. 설계사도 냉정하다. 이에 경쟁력 있는 GA만 생존할 것이다. 향후 한금서와 같은 자회사형GA가 대면채널에 미칠 영향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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