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설계사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①
새로운 대면채널이 온다
김승동
승인
2022.02.1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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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여행 준비를 할 때 완전히 달라진 게 있다. 과거엔 반드시 챙기는 품목이었지만, 지금은 챙기지 않는다. 뭘까? 바로 카메라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카메라를 따로 챙겼다. 20년 전에는 필름카메라가 필수였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신한다. 심지어 찍은 즉시 편집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카메라의 변화를 살펴보면 보험 모집 채널과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소비자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반드시 설계사를 대면해야 했다. 당시 설계사는 소속된 회사의 상품만 판매가 가능했다. 이후 교차판매가 가능해졌다. 교차판매 도입 이후에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판매하는 보험대리점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보험소비자는 여전히 설계사를 대면하고 가입해야 한다는 점은 같았다.
대면채널을 벗어난 건 온라인 전용 상품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물론 중간에 홈쇼핑이나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가입하는 비대면 채널이 존재했지만 완벽한 비대면은 아니었다. 전화 상담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에 완벽한 비대면은 온라인 전용 상품 등장 이후로 판단해야 한다.
온라인 전용 상품의 등장은 업계에 매우 큰 파장이었다.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사업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높았다. 이에 보험 모집 채널은 대면인 설계사와 비대면인 온라인으로 양분될 것이며, 이후 인슈어테크(InsureTech)가 강화로 온라인이 설계사를 집어 삼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초 온라인 보험상품이 등장하고 약 10년이 지났다. 강산이 바뀔 기간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비대면 채널의 점유율은 미비하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만 유의미한 점유율을 화보하고 있을 뿐이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보험 산업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했던 인슈어테크도 힘이 많이 빠졌다. 여전히 보험 모집은 대면채널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산업에서 비대면 채널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보험은 여전히 설계사로 대표되는 대면채널이 비대면 채널을 압도한다. 이는 모든 것을 전부 스마트폰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사진만은 여전히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이질감이다.
하지만 당분간 보험 모집에서 설계사는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혁신의 상징인 플랫폼 토스(toss)가 대표적인 반증이다. 토스는 은행 송금 플랫폼으로 유저를 확보했다. 이후 증권과 보험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확대 과정에서 혁신을 지속했다. 보험과 관련해서는 설계사가 아닌 정규직 상담사를 채용, 판매가 아닌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토스도 최근 정규직 설계사를 포기한다고 알려졌다. 다른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직접 고객을 만나 상담하고, 판매하는 설계사를 채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기존에 채용한 정규직 상담사도 설계사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토스와 같은 금융 빅테크도 보험산업에선 판매채널의 혁신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여전히 대면채널이 건재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토스의 이런 움직임을 단순하게 보면, ‘보험은 역시 설계사가 판매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그 내부에서는 작지 않은 변화의 기조가 보인다.
토스 등 금융플랫폼이 지향하는 대면채널은 그 내부에 다양한 혁신을 품고 있다. 기존 보험사의 대면채널과 달리 높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이에 기존 보험사의 전속채널을 구대면이라고 명명한다면, 플랫폼의 설계사는 신대면이라고 부르고 싶다.
신대면 채널을 제대로 분석하고 예측하고 전략을 짠다면 미래 보험소비자를 만나는 변화를 의미 있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 신대면 채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있게 다뤄보겠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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