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 판매채널 경쟁은 언제쯤 시작될까?

김승동 승인 2022.01.12 07:50 의견 0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작년은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보편적 감성에 침투한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빌보드차트를 점령한 BTS의 활약에 더해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72개국에서 1위를 달성했다. 이후 ‘지옥’까지 전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과거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은 많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편직인 공감을 이끌어 낸 작품은 많지 않았다. 이에 흥행 성적표가 우수했다고는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2021년 대한민국이 거둔 문화적 성과는 세계 공통 언어인 ‘공감’에 기대고 있다. 전문가의 호평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낸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 콘텐츠는 소수의 방송국과 영화사의 독점적 전유물이었다. 드라마로 한정하여 살펴보면, 공중파 3사의 과점이 오래 지속 됐다. 이후 종합편성채널 등장했고 다양한 주제와 시즌제를 도입한 작품이 나왔다. 그리고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보편화 되면서 시청자의 환호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자본으로 무장한 해외 OTT뿐만 아니라 토종 OTT가 경쟁을 펼치고 있어 한 명이 다수의 서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구독하는 일도 흔하다. OTT의 성장은 우수한 콘텐츠의 확보에 달려 있기에 관련 기업은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 때문에 광고도 없고 기존 공중파에서 시도하지 못한 파격적 주제가 작품화되고 있어 시청자 입장에선 행복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경쟁’은 수요자의 만족을 극대화한다. 1995년 일명 귀가시계로 불렸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시청률은 40% 이상이었다. 이는 볼만한 드라마가 하나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의 취향도 다양해졌지만 볼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의 유통 시장에 비해 보험 모집 시장은 매우 편협하다. 보험 모집은 아주 오랜 시간 설계사로 상징되는 ‘대면’채널이 중심이었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비대면 채널이 강세를 보인지 오래 됐고 팬데믹으로 인해 이제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기보험은 설계사를 통한 모집이 90% 이상이다. 물론 한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만 존재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보험대리점(GA)가 등장했기에 소비자의 채널 선택권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설계사를 대면해야 보험 가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다이렉트 등 비대면채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동차보험처럼 의무보험이 아닌 이상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험 소비자가 OTT의 시청자처럼 행복한 선택 장애를 언제쯤 경험할지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보험 모집 시장에서 경색된 채널 구조가 관찰되는 주된 원인은 보험사 중심의 상품 구조에 있다. 대면채널의 상품을 그냥 비대면으로 옮겨 놓고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OTT 서비스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배경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보험 산업은 수요층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가 유사한 상품을 색다른 방식으로 공급하는데 그친다. 대면채널의 보험사가 동일하게 비대면채널에도 상품을 넣고 있기에 ‘얼굴을 마주 함’의 차이만 존재할 뿐 본질은 똑같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 모집시장도 조금식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에 보험사도 매출보다는 비용을 줄여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이 때문에 대면채널의 수수료를 규제하고 전속 채널을 분리하는 등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동시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비대면채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런 변화도 공급자의 필요에 의한 움직임이다. 결국 보험사 중심의 효율 추구로 인한 모집 채널을 다변화는 보험 상품의 다양성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는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은 다양해졌지만 정작 동일한 드라마만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보험에서 효율을 따지는 공급자는 손해율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현재 OTT 시청자가 누리는 풍요로움이 보험 산업에도 적용되기 위해서는 더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서 경쟁은 공급자의 효율이 아닌 수요자의 만족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집 시장의 진정한 경쟁을 위해 가야할 길을 아직 멀다. 보험을 둘러싼 까다로운 규제의 장벽이 높고 이를 참호 삼은 보험사의 카르텔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화된 모집 시장에서 비용 경쟁이 발생했다는 것은 빠른 시간 내 수요자 중심으로 돌아설 용기 있는 공급자의 등장을 예고한다. 누군가 보험 산업에서 ‘진짜 채널 경쟁이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소비자를 지향하는 이상한 한 놈이 방향을 전환하여 뛰기 시작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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