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사 아침조회, 교육은 없고 광고만 남았다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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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6 10:59 | 최종 수정 2022.05.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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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순식간에 유행이 변한다. 새로운 것도 빠르게 낡아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가 범람한다. 과거 메스미디어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유명 모델을 내세운 광고의 힘은 막강했다. 하지만 최근 매체는 다양해졌고 서비스와 재화도 넘쳐난다. 이에 과거와 같은 방식의 광고로는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다. 광고 그 자체도 빠르게 낡아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거 광고의 형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산업이 존재한다. 바로 보험이다. 우리나라의 보험 산업은 설계사 인맥을 활용해 상품을 판매했다.
구체적으로 보험사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지점장 등 관리자에게 알려줬다. 관리자는 다시 설계사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설계사는 최종적으로 고객을 만나 보험사가 지점장에게 알려준 내용을 그대로 읊었다. 이 방식은 효과적이었다.
보험사 입장에서 찾아가는 광고 전달자인 설계사의 존재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영업 수단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관계성이 더해져 한국의 보험산업은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보험은 미래 불확실성을 대상으로 현재의 소비를 강요하는 금융이다. 이에 자발적인 가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설계사와 고객의 관계성으로 설계사 조직은 가장 강력한 광고 매체인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보험상품 유통 경로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방식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매일 아침 보험사 지점은 ‘아침조회’ 또는 '정보미팅'이라는 형식을 '교육' 명목으로 진행한다. 최근 변화된 것이라면 지점장이 직접 조회를 진행하는 것보다 보험사가 만든 영상으로 대체된다는 점이다.
법인보험대리점(GA)의 아침을 관찰하면 이 조회가 왜 교육으로 포장된 광고인지 더 극명하게 확인된다. 대리점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한다. 이에 각 보험사 담당 지점장의 교육, 아니 광고문구의 수위가 더 높아진다. 타 보험사와 대비되는 장점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달 업계 최초를 맡은 보험사가 달라진다. 판매를 위해 보장은 늘어나고 증가한다. 유사암 보장금액은 커지고, 보장 대상 수술은 늘어난다. 아침 조회만 보면 모든 질병코드를 조만간 고액 보장할 기세다.
물론 매출이 곧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인 상황에서 광고를 전달하는 기술 또한 교육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교육이라 불러도 보험 산업 내부에서 만족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설계사를 단순 광고 전달자로 만드는 대면채널의 오랜 관습은 소비자의 거부를 불러왔다.
최근 소비자는 광고 자체를 믿지 않는다. 직접 체험하고 자기와 비슷한 타인의 사용기를 살펴보며 상품의 전성분을 파악하고 제조 과정에서 환경파괴나 노동착취가 없는지 등을 조사하여 구매를 결정한다.
이처럼 모든 산업이 인류 역사상 가장 까다롭고 공략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직면한 상황이다. 고객도 이제 보험 설계사의 말이 어떻게 생산되며, 그들이 제시하는 자료가 판매를 위한 광고임을 파악했다.
MZ세대는 설계사와의 대면 자체를 거부한다. 만나봐야 보고 듣는 말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방식을 고수하며, 설계사를 단순 광고 전달자로 전락시켜서는 대면채널의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설계사의 성장을 위한 진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설계사 또한 스스로 광고 전달자 역할에서 벗어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빠른 시간 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소비자에 맞춰 대면채널도 새로운 전략을 짜고 진짜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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