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수로 내집 화장실도 수리했는데...보험 될까?

금융당국-법원 일배책 보상범위 의견 엇갈려...논란 지속될 듯

김승동 승인 2022.03.08 14:18 | 최종 수정 2022.03.10 10:59 의견 0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주택이 노후화 되면 누수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누수 사고 대부분은 내집에서 물이 새 아랫집으로 흘러가는 경우다. 이때 아랫집에 배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내집 화장실도 수리하고, 그 비용을 일상배상책임보험(일배책)을 통해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일배책 약관에는 손해방지비용에 대해 ‘손해의 방지 또는 경감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라고 정의한다.

‘손해의 방지’는 2가지로 해석된다.

손해가 발생한 후 추가로 손해가 더 발생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다. 즉 손해가 더 커지는 것을 줄이는 비용이라는 것. 이 경우 아랫집에 일단 누수가 발생해야 한다. 아랫집 누수를 확인하고, 누수의 원인인 내집 화장실을 수리해야 손해방지비용에 포함된다.

반면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손해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까지 손해방지비용에 포함된다는 입장도 있다. 이 경우 아랫집에 누수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내집 화장실을 수리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아랫집에 누수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소유물을 수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재물손해보험 영역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손해의 방지에 대한 해석이 대립하고 있는 셈. 논란이 지속되는 결정적인 배경이다.

누수를 두고 법원과 분조위의 결론이 다른 쟁점은 ‘내집을 수리함으로써 누가 직접적으로 이익을 보는가’에 대한 해석이 달라서다.

내집을 수리함으로써 내가 직접적인 이익을 본다. 또 간접적으로 아랫집 누수손해를 방지하는 효과를 누린다고 판단하는 게 하급심 법원의 경향이다. 이에 간접적인 손해방지비용과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반면 분조위는 내집 화장실 수리가 누구에게 더 직접적인 이익이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누수와 관련 아랫집의 손해방지효과가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내집을 수리함으로써 아랫집도 손실방지라는 이익효과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손실방지비용과 관련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도덕적 해이를 살펴보면, 더욱 애매해진다. 내집 화장실에서 누수가 발생해 수리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일부러 아랫집까지 누수피해가 발생하도록 방치할 수도 있다. 아랫집에 누수피해가 있어야 손해방지비용을 확실히 적용받을 수 있고, 가입해둔 보험을 통해 비용을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포괄적인 손해방지비용까지 인정하는 분조위의 견해가 조심스러운 이유다.

누수와 관련 또 다른 쟁점은 탐지비용이다. 탐지비용은 누수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비용이다. 탐지비용 역시 손해방지비용에 포함된다. 다만 탐지비용의 범위에 대해 논란이 있다. 누수의 원인이 되는 곳을 예상하고 최소한으로 탐지해야 하지만, 누수의 원인을 찾는다는 목적으로 여기 저기 탐지할 수 있다. 탐지비용을 부풀리는 것이다.

이렇듯 하급심 법원과 분조위가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 도덕적 해이와 함께 탐지비용 범위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현재는 손해방지비용의 범위와 관련하여 상급심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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