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약서 질문에 성실히 답했는데...고지의무 위반 성립될까?

김승동 승인 2022.03.08 07:31 의견 0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의무)는 보험에 가입할 때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내용이다.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가입하면 향후 정작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법과 약관, 그리고 대법원 판결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동법 2항에서는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보험사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으로 정의한다. 실무적으로는 보험청약서에서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에 해당한다.

보험 약관 대부분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청약서에 질문한 사항에 대해 응답하는 것으로 보험사가 스스로 고지의무를 제한하는 약관조항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즉 보험계약자는 제한된 고지의무만 수행하면 충분하다고 보는 견해다.

그런데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만 제대로 알리면,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일까?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는 알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고지하라는 것이지, 그 외에 중요한 사실은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반론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법원(99다37474)은 청약서 질문 사항에 없었더라도 고지의무 대상인 중요한 사항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해당 판결은 보험가입자(피보험자) A씨가 위암으로 수술 및 항암치료를 받고 그 후 검진을 받았다. 이후 5년을 초과한 시점에 몸에 이상을 느껴 복부 초음파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 위암 재발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의사는 확진 여부 확인을 위해 1개월 후에 다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했다. A씨는 초음파 재검 전에 ‘5년 내에 암을 앓거나 치료받은 적이 없다’고 고지하면서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위암 재발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비록 청약서상 질문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자각증세 및 의사의 암 재발 가능성 고지 사실 등은 고지 대상에 해당하는 중요 사항에 포함된다’고 봤다. 이에 A씨는 고지의무를 위반하고 보험에 가입했다고 결론냈다.

결국 고지의무는 통상 청약서상 질문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제대로 알려야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고지의무 위반을 논해야 함이 타당할 것이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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