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설계사 몰아낸다’...카카오의 진짜 경쟁력은?

김승동 승인 2022.05.02 14:34 | 최종 수정 2022.05.03 07:30 의견 0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작은 일이 때론 거대한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이에 우리 삶은 항상 흥미롭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13일 카카오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본허가를 결정했다. 빅테크 기업의 첫 보험업 진출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험 산업 내에서는 ‘별일 아닌 일’로 치부될 수 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이기 때문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설계사 없이 보험을 가입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자동차보험의 약 50%가 다이렉트로 가입한다. 그러나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을 제외하고, 장기보험을 보면 여전히 약 98%가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다. 이 때문에 애초 설계사가 없는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진출은 기존 보험사나 대면채널 입장에선 별일 아닐 수 있다. 보험사 수익의 원천은 장기보험에서 발생되는 계속 보험료다. 장기보험 시장을 흔들 수 없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진출은 눈여겨봐야 한다. 기존 보험사 내 다이렉트 채널과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은 ‘설계사가 없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 이 점은 보험사 내부의 다이렉트 채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카카오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애초 눈치를 봐야할 설계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존하는 다이렉트 채널은 보험사 내부 다양한 모집 채널 중 하나다. 장기보험을 기준으로 전속과 GA를 포함한 대면채널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보험사에서 다이렉트 채널은 변방의 작은 존재일 뿐이다.

앞서 보험사 수익의 원천은 장기보험의 계속보험료임을 언급했다. 보험료를 납부하는 계약자와의 관계를 설계사가 쥐고 있기에 보험사 의사결정은 대면채널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다이렉트 채널의 상품은 대면채널과 비교 열위에 있다. 설계사가 설계하는 상품을 유사하게 다이렉트로 옮겨 표준 설계 몇 개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소비자 선호가 높은 특약이 빠지거나, 가입금액 등이 제한됐다.

즉 보험사 내부 채널에서 경쟁이 있었고, 채널 경쟁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대면채널이 주도권을 견고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카오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다르다. 하나의 채널이 아니라 보험사 그 자체다. 내부에 어떤 경쟁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자가 설계사 없이 가입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자유롭게 만들고 모집할 수 있다. 상품은 대면채널의 설계사가 모집하는 것보다 좋고 사업비 우위를 통해 보험료도 저렴할 것이 분명하다.

태생 자체가 다른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등장은 대면채널을 긴장시킨다. 하지만 카카오가 던진 돌의 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수 있다. 근본부터 다른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등장은 그간 대면채널의 눈치 때문에 공격적인 상품 및 마케팅 전략을 펼치지 못했던 보험사 내 다이렉트 채널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현재 대한민국의 보험 모집 시장은 성장 후 정체기로 제로섬(zero-sum)에 진입했다. 보험 가입률만 살펴도 포화 시장임을 알 수 있다. 보험사 또는 채널 간 동반 성장이 불가능하기에 누군가의 신계약 체결은 누군가의 유지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 선호를 극대화한 새로운 움직임은 보험사 내 채널 간 긴장을 허물 수 있다. 이제 다이렉트 채널도 경쟁을 위해 대면채널을 의식하던 족쇄를 풀 명분이 생겼다. 또한 장기 계속보험료를 납입하는 계약자는 다른 설계를 만나는 것을 넘어 채널과 보험사의 동시 이동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등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돌을 던진 것이고 그 파장은 어떠한 방향이든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제 제대로 된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의 경쟁이 시작될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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