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약 가격 낮추는 위험분담금...실손보험 공제해선 안돼

김승동 승인 2022.07.05 08:11 의견 0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 A씨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주 치료를 받고 치료비 중 본인부담금액인 약 570만원을 병원에 지급했다. 이후 A씨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돌려받기 위해 청구했다. A씨가 가입한 상품은 본인부담금 10%로 치료비 90%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국가에서 지원한 약제비 약 270만원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A씨는 변호사를 찾았다. 최근 내가 맡은 사건 중 하나다.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는 값비싼 신약이 적지 않다. 효능은 탁월하지만 가격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해 건보 재정에 적잖은 부담이 되는 약제들이다.

그래서 도입된 게 위험분담제다. 위험분담제는 건보 재정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다. 환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의료비(약값 포함)를 지출할 경우 상한선을 정해 두고 이를 초과하는 액수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이 위험분담금의 법적 성격은 의료비라고 볼 수는 없다. 문구 그대로 분담금에 지나지 않는다. 위험분담금을 의료비와는 다른 금원으로 보게 되면, 해당 의료비는 전액본인부담액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것이 맞다.

또한 면역항암제에 관한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는 금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은 보험회사의 실손약관 어디에도 구체적인 개별근거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실손 약관상 개별근거조항을 두고 있지 않음에도 지급거절한 사례는 비단 위험분담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본인부담상한제에 관한 실손보험금 지급거절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년간 본인부담금의 총액이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하면 그 초과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다음 해에 환자에게 환급해 주는 제도이다.

본인부담금상한제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본인부담상한 초과금을 환급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실손의료비 보험으로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2009년 10월경부터 실손보험약관에 들어왔다. 그러니 2009년 10월 이전에는 본인부담상한 초과금을 환급받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이미 본인이 부담한 금액은 실손의료비 보험금 지급대상이 되는 것이다.

2009년 10월 이전 실손보험약관에 관한 인천지방법원 2017. 1. 10.선고 2016나61108판결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판단하였다.

①실비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의료기관 등에 의료비를 납부할 당시에는 본인부담 상한 초과 환급금 상당액도 피보험자가 부담한 본인부담금에 해당했다.

②본인부담금상한제에 따라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을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③본인부담금상한제의 환급금의 법적 성격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별개의 ‘보험급여’이다.

그러므로 2009년 10월 이전 실손보험약관이 적용되는 계약에 대하여는 본인부담 상한 초과 환급금을 반환받았더라도 이를 공제하거나 이를 이유로 거절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또 다른 케이스로는 국가유공자 의료비 지원 사안을 들 수 있다. 금감원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금의 성격을 ‘공상 군경 등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위한 금원으로 대상자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당시 실손 의료보험 표준약관은 국가유공자 의료비 지원이 공제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로 삼았다.

해당 사안들은 모두 그 금원의 법적 성격이 의료비와는 다른 별개의 금원이고, 보상하지 않는다는 개별적인 근거 조항도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위험분담금제에 따라 반환받는 금원은 일종의 분담금이고, 위험분담금제도에 따른 반환금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근거조항도 없으므로 보험회사의 지급거절은 부당하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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