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연절제술은 보험약관상 수술에 해당, 수술보험금 지급해야

김승동 승인 2022.07.22 08:09 의견 0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괴사한 피부 등 생체 일부 조직을 제거하는 변연절제술이 보험 약관상 수술에 해당할까? 이런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최근 한 손해보험사는 변연절제술을 두고 보험 약관상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입자(피보험자)의 수술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변연절제술은 괴사조직을 제거하는 의료처치로서 생체조직을 절개·절단하는 등의 조작이 없다는 게 부지급 통보의 배경이다. 즉 괴사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라서 생체를 제거하는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편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톱질 작업 중 손목과 손을 다쳐 병원 응급실에서 변연절제술에 이어 창상봉합술(찢어진 피부 봉합) 치료를 받은 사안에서 상처조직 제거 후 봉합은 수술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분조위는 “변연절제를 포함한 창상봉합술은 해당 부위를 절단, 절제 후 괴사한 조직을 완전히 제거한 것으로 그 행위 형태가 형식적으로 생체의 절단, 절제에 해당한다”며 “(수술에서 제외되는) 뚫거나 찌르는 방식, 신경차단과 유사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분조위가 명확히 판단을 내렸음에도 일부 보험사는 생체에 대한 절단, 절제로 볼 수 없다며 변연절제술과관련 수술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대부분 보험약관은 “병원 또는 의원이 의사, 치과의사의 자격을 가진 자에 의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의사의 관리 하에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의료기구를 사용해 생체에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행위”를 수술로 정의하고 있다.

이 경우 ‘생체에 대한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은 ‘생체 중 변연조적에 대한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의미한다. 생체는 사체에 대한 반대말로 사전적 의미는 ‘살아 있는 몸’을 뜻한다. 그리고 ‘변연’은 살아 있는 몸 중에서 ‘오염된 조직’을 의미한다.

몸은 여러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몸을 구성하는 즉 생체를 구성하는 여러 조직 중 건강하지 못한 조직, 즉 죽은 조직, 실활(失活)조직, 오염 조직을 절단, 절제 등으로 잘라내어 생체가 더 이상 오염되어 병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변연(조직)절제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변연절제술의 의학적 용어는 ‘Debridement’이다. Debridement는 남아있는 건강한 조직의 치유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죽은 조직, 손상되었거나 감염된 조직을 의료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의료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보험약관에 나와 있는 ‘(…) 의료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대한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봤듯 생체는 살아 있는 몸이고, 사체는 죽은 몸을 뜻한다. 이미 죽은 몸을 절단, 절제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생체 중 건강하지 못한 조직에 대해 절단, 절제가 이뤄지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생체 중 건강하지 못한 조직은 그 양상과 정도에 따라 괴사조직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인데, 괴사조직과 생체(조직)를 대립하는 개념으로 주장하는 보험사의 논리라면, 건강한 조직을 절단, 절제해야만 수술이라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보험사 대부분의 암 수술비 특별약관의 수술의 정의를 보면 (…)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절단, 절제 등의 조작을 가한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암 수술은 암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 통상의 수술로서 생체 중 건강하지 못한 암 조직을 절단, 절제 등으로 제거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암 조직은 넓게 보아 괴사조직의 일종이다. 변연절제술은 괴사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므로 생체에 대한 절단, 절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몇몇 보험회사의 논리대로라면, 괴사조직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암조직의 제거술도 생체에 대한 조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암수술비도 지급 거절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여전히 암 수술은 보험금이 문제 없이 지급되고 있다.

변연절제술이 보험약관상 수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장난은 이제 정말이지 그만둘 때가 되었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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