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MD크림, ‘의사가 도포해야만 치료행위’라는 해석...문제 있다

김승동 승인 2022.08.10 06:00 의견 0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보습제 구입비용은 실손약관상 입원제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2018다251622 판결이 나왔다. 사안은 다음과 같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A는 사고로 두부, 체간부, 둔부 및 회음부, 양팔, 양다리, 양발 등에 체표면적 46%의 심재성 2도 및 3도의 중한 화상을 입었다. A는 특히 등 전체와 양쪽 엉덩이 전체 및 회음부, 다리 부위의 피부가 화상으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그 화상부위에는 색이 있는 흉터와 면상 반흔 및 피부가 당기면서 오그라드는 증상이 생겨 재활을 위해 보습제를 발라줄 필요가 있었다.

A는 병원의 추천에 따라 보습제를 구입한 후 A보호자가 직접 병원 입원실 또는 자택에서 위 보습제를 원고의 신체에 발라주는 방식으로 치료행위를 했다.

대법원은 A의 보습제 구입비용은 보험약관상 입원제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①보습제는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이 아니라 일반 화장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유롭게 이를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점 ②보습제를 구입하여 치료행위에 사용한 주체는 병원 의사가 아니라 A와 그 보호자라고 보아야 하는 점 ③의사가 직접 또는 간호사 등 의료진을 통해 보습제를 사용한 것이 아닌 이상 원고에게 보습제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천 내지 권고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습제가 의사의 처치를 위한 재료로 활용되었다고 할 수 없는 점을 들었다.

위 대법원의 판단내용은 대법원 2011다21723 판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그 의미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호흡기 장애의 진단을 받고 의사가 환자에게 일상생활을 하면서 잠을 자는 동안에 이를 마스크처럼 코에 착용하여 사용하는 의료기구 양압기 구입을 처방했고, 환자는 적정 압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입원기간 중에 위 양압기를 구입했다. 입원 중 양압기를 사용하다 퇴원했다.

담당의사가 해당환자의 사용경과를 지켜보는 등으로 위 양압기가 해당 환자에게 맞는 기계인지 여부를 점검했다.

대법원은 해당 환자가 퇴원 후 자신의 주거 등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위 양압기를 구입했고, 담당의사는 해당 환자가 위 양압기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적정 압력을 검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입원기간 중에 의사의 처방에 따라 위 양압기를 구입했고 의사의 지도하에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위 양압기를 이용하여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위 양압기 구입비용은 특별약관 소정의 입원제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위와 같은 일련의 대법원의 판결례에 따라 최근에는 아토피 등 피부염 환자들이 사용하는 보습제인 ‘MD(Medical Device)크림’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한 보험회사도 등장했다.

핵심은 ‘의사의 관리하에 치료를 받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있다.

대법원의 판결취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의료기구 내지는 기성품을 용기자체로 구입하면서 그 사용법을 의사로부터 설명 듣거나 의사의 지도하에 사용하는 것은 의사의 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미 의료기구 내지는 기성품에는 그 사용설명서가 구비되어 있다. 사용설명서에 따라 환자 내지 그 보호자가 해당 의료기구 내지는 기성품을 치료행위에 사용하는 주체로서 사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라면 사용법을 설명해준다거나 의사의 면전 앞에서 사용케 한다는 것만으로는 의사의 독자적인 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반면에 기성품의 일부를 직접 의사나 간호사가 발라주는 행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치료행위로 보겠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기성품인 보습제의 사용방법을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이에 따라 환자나 그 보호자가 직접 발라주는 행위와 기성품인 보습제의 일부를 의사나 간호사가 직접 발라주는 것과는 어떤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까.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신의료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수술방식도 전형적인 외과적 방식에서 새로운 수술방식을 포함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료기술의 발전은 약제나 치료재료의 형태와 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보다 많은 의료기구나 기성품의 형식으로 약제나 치료재료의 형식과 내용이 발전하는 경우, 새로운 수술방식과 같이 그 의료기구나 기성품의 사용방법을 설명한다거나 의사의 지도하에 사용하는 것은 의사의 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야말로 시대의 발전에 맞는 ‘의사의 관리하에 치료’행위의 해석이라고 봐야 한다.

[기고] MD크림, ‘의사가 도포해야만 치료행위’라는 해석...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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