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계약자는 설계사 마감에 관심 없어요~!

김승동 승인 2022.08.08 10:52 | 최종 수정 2022.08.09 15:52 의견 0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설계사도 직장인처럼 매일 보험사나 법인보험판매대리점(GA) 지점으로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매월 정해진 급여를 지급받는 근로자와 달리 30일 내외의 기간 동안 성실하게 일하면 성과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는다는 점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이 과정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했는지 과정은 인정 받지 못한다. 마감에 판매 수치로 모든 것이 판단된다. 따라서 법인인 보험사나 GA는 물론 개인사업자인 설계사도 모두 당월 체결되는 신계약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공상과학 영화처럼 초능력자 혼자서 시간을 길게 늘여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설계사는 마감에 맞춰 일주일, 하루, 한시간 씩 단위를 나눠가며 생활한다. 더 많은 가망고객에게 어프로치하고, 더 많이 상담하고, 더 많이 싸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계약자에게는 보험과 관련된 1개월이 월납보험료 출금이라는 의미에 그친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아주 긴 호흡의 보험 상품을 가입한 계약자는 한달 단위로 반복되는 설계사 마감에 관심이 전혀 없다. 마치 설계사가 매월 납입하는 핸드폰 요금을 당연하게 생각하듯이 말이다.

연 단위로 갱신을 반복해야 하는 자동차보험 이외에 소비자가 일상에서 이미 가입한 보험을 떠올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계약자 입장에서 평균 10년에 한번 정도 보험(암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보장성보험)에 관심을 가진다.

가령 직장에 처음 취직한 후 부모가 가입해 둔 보험을 살피거나, 결혼 후 아이를 가졌을 때, 연령 증가로 건강이 악화 될 때 등이다. 즉 20대 초~중반에 처음으로 보험을 들여다보고 30대에 초~중반 결혼 후 가족에 대한 보장을 살핀다. 다시 40대에 접어들어서야 건강보험에 관심을 갖는 식이다. 통상 이런 이벤트는 10년 단위로 발생한다.

가끔 지인이 암 등 큰 질병에 걸려 병문안을 가게 되거나, 교통사고 등 안타까운 일이 생기면 보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 조차도 한달 단위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드물게 발생하는 일일 뿐이다.

신계약을 두고 엄청난 관심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설계사는 1개월 단위지만, 가망고객은 10년, 120개월 단위다. 이것이 최근 보험 계약이 어려워진 주된 이유다.

물론 과거에도 매달 마감은 반복되었다고 항변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다만 변명을 하자면, 과거는 지금처럼 모집시장이 포화되지 않았다. 그때도 계약자는 10년에 한번 보험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미가입자가 많았던 상황이었다. 미가입자에게 보험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지금은 모두가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자동차를 3대 이상 보유하고, 아직 할부기간이 끝나지 않은 운전자가 신차 구입에 관심이 없는 것과 유사하다.

보험사든 설계사든 생존을 위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우선 신상품에 관심이 없는 계약자를 이해해야 한다. 보험사나 설계사는 신계약 체결이 중요하겠지만, 가망고객은 그렇지 않다. 자연스럽게 거절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억지스러운 이슈를 만들고 기존 고객 중 오래 만나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맹목적인 접근을 한다면, 고객의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이라 볼 수 없다.

설계사도 거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후 지속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10년에 한번 보험이 필요한 시점을 기다리는 인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신계약 체결에 너무 흥분하지도 않아야 한다. 이번달 계약했다면, 다시 최소 5년의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관계를 다지는 활동이 지속되어야 한다.

물론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매달 반복되는 마감이 두려울 뿐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관리 고객의 총량을 증가시키면 해결 가능하다. 10년에 보험을 한번 가입한다면, 1000명의 고객을 만나면 해결할 수 있다. 이때 고객의 의미는 암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보장성보험을 체결할 고객이 아닌, 편하게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정기적인 만남 등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망고객 전체를 의미한다.

모집시장 포화로 답답해진 것은 보험사, GA와 설계사 등 공급자다. 수요자인 계약자가 아니다. 따라서 설계사는 여유를 두고 당장 신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고객 관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덧붙여 보험사는 설계사 역량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에 힘써야 한다. 설계사도 컨설팅 능력을 키우는데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과거처럼 백지에 보장을 채우는 상황과 비교했을 때 신계약 체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설계사가 매달 신계약 체결에 성공하여 정당한 수수료 수입을 지속적으로 얻어야 고아계약, 신계약만을 위한 의도적인 상품설명 부실, 통합적인 컨설팅이 부재한 단품 위주의 계약 체결 등의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은 여전히 문제적이고 골치 아픈 존재다. 보험 방송만 송출되면 기존 계약에 대한 불신과 불안으로 상담 의뢰를 남긴 고객의 수가 많은 점은 보험 산업, 특히 대면채널이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보험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유와 올바름을 갖추고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오랜 시간 활동하는 설계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kjinsoo@finevery.com

저작권자 ⓒ 뉴스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