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보험개혁종합방안 추진 계획에서 ‘톤틴·저해지 연금보험’ 내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톤틴·저해지 연금보험은 덜 내고 더 받을 수 있어 같은 보험료를 낸다면 연금액 38%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죠.
그러나 업계는 회의적입니다.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톤틴연금은 조기사망한 가입자가 받을 수 있던 연금액을 생존한 다수의 가입자의 연금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이 기본 컨셉인 상품입니다. 가령 조기사망하면 해당 상품의 적립금은 다른 가입자의 연금재원으로 활용됩니다. 조기사망자의 유가족이 받을 수 있는 돈을 장수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니 ‘덜 내고 더 받는’ 구조가 됩니다. 즉 다른 사람이 조기사망해야 내 연금액이 증가하는 ‘오징어게임’ 식의 구조가 되는 것이죠.
다만 금융위가 도입 예정인 톤틴연금은 전통적인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사실상 저해지환급형 구조의 연금이 될 가능성이 크죠. 우리나라는 납입한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기를 원합니다. 이에 톤틴연금을 도입한다고 해도 조기사망한 가입자 유가족에게 일정부분 적립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명 ‘한국형 톤틴연금’인 셈이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 장수리스크 전가 어려운 한국형 톤틴연금
보험사는 가입자가 지급한 보험료를 운용해 향후 연금액을 지급합니다. 가입자가 너무 오래 살면 보험사는 문제가 발생하죠.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가입자는 적은 돈을 내고 노후에 더 여유롭게 살고 싶어 하죠.
톤틴연금은 조기사망자의 돈을 오래 사는 사람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리스크를 조기사망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죠.
그러나 한국형 톤틴연금은 이런 리스크 전가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부분을 유가족에게 돌려주는 구조의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저해지환급형 구조로 납입기간 중 해지한 가입자의 환급금 일부를 장기유지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 기존 연금보험과 큰 차별점 없을 듯
저해지환급형으로 연금보험을 만들면 보험사 입장에서 두 가지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해지율과 평균수명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국형 톤틴연금은 계약해지시 환급금을 적게 지급하지만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겐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죠.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 보험사는 향후 얼마나 해지를 할지 예측하고, 향후 환급률을 만듭니다. 예상했던 해지율보다 해지율이 낮으면, 보험사는 자산을 팔아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에 예상해지율을 보수적으로 해야 합니다.
또 평균수명도 문제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불과 50년 만에 21년 이상 증가했죠. 1970년에는 62.3세(남 58.7세, 여 65.8세)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83.5세(남 80.6세, 여 86.4세)를 기록했습니다.
연금보험은 초장기 상품입니다. 과거 평균수명을 통계로 상품을 만들면, 보험사는 더 많은 연금을 더 오래 지급해야 합니다. 때문에 사망시기를 예측해 상품을 만들죠. 예정사망률을 과거 평균수명 통계보다 보수적(더 오래 산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한국형 톤틴연금 도입시 보험사가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예상해지율과 예정사망률을 보수적으로 산출해야하죠. 그러면 ‘더 적게 내고 더 많이 받는다’는 톤틴연금의 장점이 희석될 수밖에 없겠죠. 결국 지금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는 연금보험보다 크게 유리한 점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금융위의 방침이니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판매 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적극적으로 경쟁할 보험사는 많지 않아보입니다. 결국 한국형 톤틴연금도 ‘사망보험금 유동화’[관련기사: 李 칭찬한 ‘사망보험금 유동화’...사실은 허울뿐인 금융위 치적]와 마찬가지로 금융위 탁상공론으로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