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식재료로 만든 초밥만 골라 먹으면 접시당 균일가를 받는 회전초밥집은 수익을 낼 수 없겠죠. 현재 보험시장이 바로 이런 회전초밥집과 같은 상황입니다.”
최근 보험사 C레벨의 관계자들은 정말 걱정을 많이 합니다. 특히 중소사의 경우 고민의 크기가 더 크겠죠. 향후 수익을 내기 점점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죠. 사업비와 손해율은 증가하는 반면 CSM배수는 줄어들고 있는 게 배경이죠. 다시 말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비용은 증가하고, 비용이 증가하니 손해율도 높아진다는 겁니다. 또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니 수익성은 줄어든다는 거죠.
이런 현상 심화 배경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의 확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맏형 격인 삼성생명까지 GA 시장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려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GA가 활성화되기 전, 보험에 가입하려면 전속설계사를 만나야만 했습니다. 전속설계사는 특정 보험사에 속한 설계사죠. 소속된 보험사 상품 이외에는 판매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보험사는 일명 ‘스코어링’이라는 제도로 특정 담보의 손해율을 보완했습니다. 손해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담보와 손해율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담보를 한 상품(플랜)으로 구성했죠. 부합계약(附合契約)이라는 보험상품의 특징으로 가능했던 겁니다.
보험상품을 초밥으로 비유하면 이해가 조금 더 쉬울 듯 합니다.
과거에는 전문점에서만 초밥을 팔았습니다. 초밥 장인이 메뉴를 구성하고, 고객들은 기꺼이 돈을 주고 그 초밥을 즐겼습니다. 초밥 구성을 고객 마음대로 바꿀 수 없었죠. 초밥장인은 저렴한 계란초밥과 비싼 장어초밥을 잘 구성해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길 수 있었어요. 계란초밥을 일정 비율 넣은 것이 스코어링인 셈이죠. 또 고객 마음대로 메뉴구성을 바꿀 수 없는 게 부합계약인 셈이고요.
GA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시장은 접시당 1990원인 균일가 회전초밥집처럼 바뀌었죠.
GA소속 설계사는 고객에게 도움 되는 상품 위주로 판매합니다. 사고 발생률이 낮은 상품은 고객에게 굳이 권할 이유가 없죠. 보험료만 납입하고 보험금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할 때 도움을 주면, 추가 보험 계약이 나올 수 있죠. GA를 통한 판매 경쟁이 심화되니 보험사도 상품 세분화로 화답했죠. 그러니 GA소속 설계사는 고객에게 도움 되는 상품을 더 쉽게 더 많이 판매했어요..
다시 말해 고객은 맛있는 초밥만 먹고 싶어 합니다. 유사암보험, 간병인일당, 1인실입원일당, 치아보험, 운전자보험 자부상·가부상 그리고 저·무해지환급형 상품 등입니다. 가성비가 좋죠. 그러나 초밥집 입장에서 이런 초밥만 선택받는다면 수익성이 낮아집니다. 고객이 내는 돈(보험료)은 1990원으로 동일한데 식재료값(손해율)은 높기 때문이죠. 게다가 임대인(GA)은 지속적으로 임차비(사업비)를 높이려고 합니다.
보험시장에서는 이처럼 가성비가 좋은 초밥만 골라 먹는 체리피커가 많아졌던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체리피커가 많아지면 업계 맏형 격인 삼성생명이 중재에 나섰던 게 사실이죠. 보험협회를 통해 자율협약을 맺어 과당경쟁을 자제하기도 하고, 금융당국을 통해 리스크가 높은 구조의 상품이 자연스럽게 퇴출 될 수 있게 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삼성생명이 업계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GA와 손을 잡고 나섰거든요. 삼성생명이 업계 최고 수준의 시책을 지급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보험료는 합리적이고 보장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상품 경쟁력까지 우수한 거죠. 삼성생명이 가성비 좋은 초밥을 GA라는 초밥집의 컨베이어벨트에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셈이죠.
보험사 C레벨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배경입니다. 이미 과당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아 줄 주체가 사라진거죠.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향후 보험사 손해율은 높아지고 수익성은 낮아지겠죠. MG손보가 갔던 길로 다시 접어들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