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 심장질환이 있던 A씨는 생활을 위해 장작불에 물을 뿌려 가습하는 한증막 화부로 일을 하던 중 사망했다. A씨 유가족은 상해에 따른 사망이라며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상해보험에 가입했는데 질병으로 사망했다면 보험금을 받지 못할까? 약관 문구만 해석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기저질환(질병)과 외부 요인(상해)이 함께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사인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A씨는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상해보험 약관에는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상해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손해’로 정의한다.
A씨는 새벽 시간 한증막 장작불에 물을 뿌려 가습하는 화부로 일을 하다 새벽 4시경 한증막 바닥에 깔린 멍석에서 망인으로 발견됐다. 한증막 온도는 섭씨 80도 이상의 고온으로 작업시 방열복과 마스크, 안전모, 안전장갑 등 안전장비를 갖춰야 한다.
망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 검안의는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했다. 부검의는 ‘심장질환 및 간질환이 있었지만, 온열이 사망에 원인이었는지 논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즉 사망 원인이 질병 때문인지 아니면 상해 요인인 온열 때문인지 논단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A씨 유가족은 상해사망을 주장하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반면 보험사는 상해사망이 아닌 질병사망으로 맞섰다. 수원지방법원(2021나67947)은 “질병을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 사건 보험 약관에 정한 상해사망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외부적 요인(상해)이 중요하더라도 질병 역시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에서 배제할 수 없다면, 상해사망이 아닌 것으로 보겠다는 판례다.
즉 수원지방법원은 ‘질병이 사인에 영향을 미쳤다면 상해사망이 아니다’라고 본 것이다.
상해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를 뜻한다.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상해 관련 인과관계 증명은 보험금청구권자에게 그 증명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0다12241, 대법원 2013다210466).
A씨의 경우 기저질환(질병)이 있었고, 외부요인(상해)도 있었다. 질병과 상해가 경합되는 경우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한다’는 부분의 취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사망에 가공한 외적 요인이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망인에게 질병이 있었다 하더라도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즉 외부 요인이 사인에 더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면 ‘상해사망’으로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한다’는 부분은 질병이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인 경우에 경미한 외부적 요인이 이에 가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질병에 있는 이상 이를 보험약관상 ‘외래의 사고’에서 제외한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즉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질병일 경우에 ’상해사망‘에서 제외한다는 의미다.
대법원(2018다228356)은 술에 취해 밀폐된 차량 안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이 가진 심장의 병변이 경도에 불과하고 혈중알코올농도 역시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던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망인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은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밀폐된 차량 안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대법원 견해에 따르면 질병이 중대하고 외부적 요인이 경미한 경우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본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대로 해석하면 질병이 중대하더라도 외부적 요인 역시 중요한 것이라면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상해로 인한 사망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상해 요인에 상관없이 질병이 사망원인에서 배제되지 않으면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해석했다. 이는 대법원의 판결과 배치되며, 이처럼 해석할 경우 ’질병사망‘의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이에 상해와 질병 모두 A씨의 사망에 중요한 원인이라면 상해사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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